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정숙희의 시선] 마이클 잭슨: 영화, 서커스, 뮤지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27 17:12:26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실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 미처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 특별함을 알아채고 깜짝 놀라게 되는 건 그가 떠나고 난 뒤, 더 이상 익숙하고 친숙할 수 없어진 다음이다.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었을 때 특별히 그의 팬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의 음악과 춤, 그 강렬한 비트를 좋아했고 음반도 몇 장 갖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딱 그 정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2009년 6월, 그가 50세 나이로 숨졌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돌아보니 그는 우리 시대 최고의 가수이자 댄서였으며 퍼포머였다. 이 세상 누구를 갖다 대어도 그를 능가할 무대공연자는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섬세한 미성과 폭발적인 가창력, 화려한 무대매너와 카리스마, 특이하고 획기적인 춤, 조각 같은 실루엣, 모자와 장갑과 흰 양말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창조해낸 문화아이콘…. 

특별히 나를 사로잡았던 건 그의 ‘우아함’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팔다리가 유난히 길고 손은 엄청나게 컸다. 그 팔이 펼치는 직선과 곡선과 타원, 큰손으로 표현해내는 감정이 늘 다양하고 우아했다. 가늘고 긴 몸체를 떠받치는 다리가 신들린 듯 움직이며 스텝을 밟을 때면 이건 신의 경지, 곧바로 빠져들어 매혹되기 마련이었다. 

그가 죽고 나서 몇 달 후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이즈 잇’(Michael Jackson‘s This Is It)이 나왔다. 이 영화는 잭슨이 오랜 침체기를 딛고 10년 만에 재개하는 컴백투어 ‘디스 이즈 잇’의 리허설 과정을 캐주얼하게 담아둔 영상들로 만든 것이다. 그가 자신의 마지막이자 가장 멋진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던 이 투어는 2009년 7월13일 런던에서 시작해 파리, 뉴욕, 뭄바이로 옮겨갈 예정이었고, 잭슨은 그해 5월 LA의 스테이플스 센터와 포럼에서 공연 리허설에 돌입했다. 

영화는 마이클 잭슨과 춤 한번 춰보려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백명의 댄서 오디션으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뽑힌 10여명의 댄서들과 마이클이 함께 하는 역동적인 연습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놀라운 것은 최고실력을 자부하는 팔팔한 젊은 댄서들보다 50세 마이클의 동작이 얼마나 유려하고 아름다운지, 영화를 보면서 계속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대망의 런던 공연을 18일 앞둔 마지막 드레스리허설, 수십명의 크루와 스태프들이 들떠서 분출하던 흥분과 기대는 그러나 바로 다음날 그의 돌연한 죽음으로 허망하게 끝난다.  

그 2년 후인 2011년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만든 쇼(‘Michael Jackson: The Immortal World Tour’)를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보았다. 어땠는지 솔직히 기억에 별로 남아있지 않은데, 아무래도 서커스에 치중한 쇼여서 임팩트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쇼는 더 화려한 버전의 ‘마이클 잭슨: 원’으로 만들어져 라스베가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의 상주 쇼로 지금도 매일 2회 공연되고 있다.

그리고 또 10년이 지나 뮤지컬이 나왔다. 지난 주 할리웃의 팬태지스 극장에서 시작된 ‘MJ 더 뮤지컬’은 2022년 2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이다. 

퓰리처상 2회 수상작가 린 노티지의 극본에 로열발레와 뉴욕시티발레 안무가였던 크리스토퍼 휠던의 안무와 연출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동전을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 주크박스처럼 유명가수의 히트송들이 계속 나와 흥행이 보장된 뮤지컬)로,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비트의 첫 곡 ‘빗 잇’부터 ‘맨 인 더 미러’가 장식하는 엔딩까지 마이클 잭슨의 히트송 약 30곡이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와 함께 펼쳐진다. 

배경은 1992년 ‘데인저러스’(Dangerous) 월드 투어 리허설 현장. 여기에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찾아온 기자와 카메라맨이 마이클 잭슨과 인터뷰할 기회를 노리며 따라다닌다. 예산을 뛰어넘는 최고의 퍼포먼스와 화려한 무대를 고집하며 코러스와 댄서를 다그치고 스태프와 충돌하는 MJ, 완벽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자기 파괴적이기도 했던 인간 마이클 잭슨의 복잡한 내면이 기자의 집요한 질문을 통해 조금씩 벗겨진다.  

1969년 데뷔한 ’잭슨 파이브’ 시절을 지나 1979년 솔로로 나서면서 전설적인 팝의 황제가 된 수퍼스타, 하지만 그의 삶을 지배하는건 강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트라우마다. 여리고 예민한 감성을 가진 아이가 어린 시절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뮤지컬은 그가 아픈 기억들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문득문득 보여준다. 신나는 춤과 음악이 객석을 들썩이게 하는 한편 가슴이 싸해지는 공연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명의 MJ가 등장하는데 다들 마이클 잭슨이 환생한 것처럼 기막히게 노래하고 춤춘다. 그렇다 해도 보면 볼수록 더욱 그가 그리워지는 건, 99% 똑같아도 나머지 1%가 모자라는데 그건 MJ 외에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그만의 특별함이기 때문이다. 

꼭 듣고 싶었던 ‘벤’(Ben)은 나오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이 14세 때 애절한 감성을 담아 부른 노래… 그런데 오히려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벤’을 어린 마이클처럼 부를 수 있는 가수는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숙희, LA미주본사 논설실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흘러가는 세월이 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벌레박사 칼럼] 가을철 벌레 관리는 이렇게…

벌레박사 썬박페스트 콘트롤 비즈니스를 오래 하다보니, 아침에 일어 나면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그날의 일기예보를 본다. 비즈니스 특징상 그날의 기온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비와

[법률칼럼] 결혼영주권과 가정폭력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중 결혼과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다. 가장 흔한 예로,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사람이 한국으로 가서 자신을 총각

[행복한 아침] 모순

김정자(시인·수필가) 하이웨이 285에서 톰 모어 랜드 인터체인지로 차선을 바꾸려는 지점에서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끼어든 차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내달린다. 연이어 여러 대가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길가 풀잎위몰래 앉은 새벽 이슬맑은 방울속에가을이 담겨 왔습니다  밤낮도 모르고처량하게 들려 오던매미 노래 여운속에가을이 스며 들었습니다  상큼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변화는 먼저 성찰과 순수함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삶의 치열한 탐색이 변화의 핵심 요체인 듯하다.변화를 갈망하는 치열한 탐색이

[신앙칼럼] 기쁨의 모략(Conspiracy Of Joy, 시편Psalm 37: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진정성(Authenticity of God)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 중에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기쁨의 저변에 무엇이 모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