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투어 영화는 이미 대부분의 개봉관 스크린에서는 내려졌다. 하지만 아직 드문드문 날짜를 건너 뛰며 하루 한 두번 상영하는 곳이 있다. 찾는 팬이 있기 때문인데 내년 초까지는 그러리라고 한다. 이 필름을 보러 가면서 다른 영화처럼 조용하게 앉아서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예상이 엇나갈 수 있다. 영화관이 마치 콘서트 장인 듯 펄쩍펄쩍 뛰며 흥을 내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10~20대뿐 아니라 불룩하게 배가 나온 중장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도 한다. 다른 관객들은 그러려니 하며 평소의 영화관 답지 않은 분위기를 받아들인다. 그녀가 얼마나 광범위한 계층의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인지 알 게 된다.
기라성 같은 스타 뮤지션이 있지만 올 연말의 주인공은 단연 이 34살의 아메리칸 싱어송 라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도 뽑혔다. 푸틴과 시진핑 등이 유력 경쟁 후보였다. ‘예술과 상업이 합쳐지면서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분출시켰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핵융합의 결과물은 수소폭탄, 원자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테일러의 무엇이 이런 평가를 끌어 냈을까. 그의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마다 특수를 누리기 때문에 ‘스위프트노믹스’라는 말이 있다. 한 가수의 문화 사회적 영향력을 분석하기 위한 강좌를 개설한 대학도 있다고 한다. 그의 순회 공연 ‘에러스 투어(Eras Tour)’ 매출은 이미 10억달러를 훌쩍 넘어 이 분야의 최고 기록을 갱신해 나가고 있다. 내년 3월 서울 공연도 계획돼 있는 등 미국을 넘어 유럽, 아시아 등으로 순회 공연은 이어진다. 기록은 계속 새로 쓰여 질 것이다.
이런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달 초 신곡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을 발표했다. 그녀에게는 첫 오리지널 크리스마스 송. 테일러는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집 딸이다. 여기 얽힌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아름답다.
테일러는 어린 시절 펜실베니아의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에서 자랐다. 메릴린치의 재정 상담가였던 아버지가 여가 활동으로 15에이커 크기의 트리 농장을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트랙터로 농장에 일하러 나가면 형제들은 각자 주어진 일을 했다. 테일러의 일은 나무에 붙은 해충의 알을 뜯어 내다 버리는 것. 너무 어려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크리스마스 트리 팜’ 뮤직 비디오는 어린 테일러의 모습을 담은 홈 비디오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눈썰매를 타는 등 농장에서 보낸 다양한 모습이 주로 부모들이 찍었음 직한 흔들리는 동영상에 담겨 있다. ‘분주하고 번잡한 홀리데이 쇼핑 시즌, 눈을 감고 매직 같았던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을 생각하네…’ 크리스마스 송의 가사는 이런 내용들로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연 1,500만 그루(2022년 기준)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성탄 시즌에 팔리고 있다. 이중 1,200만 그루는 테일러 아버지 네와 같은 트리 농장에서 길러진 것이다. 나머지 300만 그루는 수입산. 주로 캐나다에서 들여온다.
미국의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은 대략 3,000여 개에 이르지만 크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아니라고 한다. 우선 묘목을 심어 상품성이 있는 나무로 키우기까지 10년이 걸린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 날씨가 잘못되면 나무를 버리게 된다. 지난 2014~2019년 500개 소의 미국내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까지는 생나무 이야기이고, 나머지 인조 트리는 거의 중국산. 그 숫자가 점점 늘어 지난 2022년 한 해에만 2,000만개 이상이 수입돼 미국 가정의 리빙 룸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