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가시 쥐고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렀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우탁(禹卓) -
이 시조는 평(平)시조, 단(短)시조이며 직서적(直敍的)이다.
제재(題材)는 '백발(白髮)', 주제(主題)는 '늙음에 대한 한탄(恨歎)'이다.
누가 뭐래도 늙어간다는 것은 서러운 것이다.
태어날 때 우리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죽음이라는 선고(宣告)를 받았다.
그러나 이 선고의 집행유예(執行猶豫) 기간은 다르다.
강산(江山)이 네 번 가량 바뀐 후부터 우리는 늙어가며 그 끝은 죽음이다.
그렇게 지음을 받았다.
나이를 먹고 늙어감을 얼마나 서럽게 느꼈기에 가시와 막대를 양손에 들고 백발을 쳐서 쫓으려 하였겠는가?
'늙음'이라는 추상적(抽象的)인 인생길을 구체적이며 시각적(視覺的)인 길로 전환(轉換)시키고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끼게 하며 인간이 세월을 기억하려는 것에 대한
익살스런 표현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한계성(限界性)을 느끼게 한다.
'세월(늙는 길)과 늙음(백발)'을 구상화(具象化)한 공감적(共感的) 심상(心象)을 통해
늙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간결하면서도 매우 또렷하게 나타내었다.
영겁(永劫)으로 흐르는 세월, 그 누가 멈추게 하리요!
이 한 해도 저물어 간다. 늙음에 대한 '우탁'의 안타까움이
'이역만리에 나그네된 자'의 '늙음'만큼이나 안타깝고 서러울리야 있으랴!
우탁(1262~1342)은 지금의충북 단양 출생, 본관(本貫)은 단양(丹陽)으로 고려 후기의 문신(文臣)이며 학자였다.
아호(雅號)는 백운(白雲), 역동(易東), 자(字)는 천장(天章), 시호(諡號)는 문희(文僖).
종우(宗愚) 이한기(미주한국문협 회원) (애틀랜타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