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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분기점에 선 K컬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12 13:03:04

시론, 홍병문 서울경제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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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RM(알엠), 지민, V(뷔), 정국이 11일과 12일 각각 육군 현역으로 입대한다. BTS 팬들의 안타까움이 크겠지만 머리를 짧게 자르고 입대하는 당사자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중 막내인 정국의 아쉬움은 다른 멤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하이브 내에서도 막내 정국의 입대를 아쉬워하며 마음 아파했다고 한다. 얼마 전 만난 하이브의 한 임원에 따르면 “첫 솔로 앨범 ‘골든’의 빅 히트로 글로벌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정국으로서는 주저했을 터인데, 비슷한 시기에 제대해 하루라도 빨리 BTS 완전체로 컴백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선배(?) 멤버들의 말에 흔쾌히 오케이했다는 것이다.

K팝이 위기라고 한다. BTS 멤버들이 이렇게 잘나가고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세븐틴의 인기도 그에 못지않은 상황에서 K팝이 위기라는 소리가 나오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하지만 K팝의 위기 경고가 다름 아닌 하이브의 의장 방시혁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니 곱씹어봐야 한다. 방 의장은 “요즘 K팝에서 K를 떼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는 K팝이 지금 구조로 계속해서 가면 분명 성장에 제한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발표된 수치만을 보면 K팝 위기론은 엄살처럼 느껴진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K팝 누적 수출액은 2억 4,381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늘었다. K팝의 쾌속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K팝 수출 시장을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1위, 미국과 중국이 2위와 3위다. K팝 시장의 큰손으로 여겨지는 중국이 기존 2위에서 3위로 밀렸다. 대중 음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줄었다. 반타작도 못한 것이다.

K팝 위기론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 판매량의 일시적 감소는 중국 팬덤과 일부 소속사 간 마찰로 지엽적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있지만 K팝은 그동안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미국 등지에서 신인을 발굴하고 여러 장르의 레이블을 인수해 매출을 다양화하려는 현재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K팝의 인기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반면 첫 주 판매량 경신 경쟁 등 기존 마케팅 방법에만 안주하면 위기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존 마케팅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K팝에서 K를 떼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내 음반 시장의 최대 화제였던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 신드롬은 중소 기획사 ‘어트랙트’가 기존 K팝 화법에서 벗어난 다양한 음악을 추구한 결과다. 큐피드는 미국 빌보드 차트 ‘핫 100’에서 최고 순위 17위, 25주 연속 차트인에 성공하며 K팝 걸그룹 최장 진입 기록을 세웠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큐피드의 성공 신화가 어떻게 가능했냐는 질문에 “생존을 위해 기존 K팝 화법과 다른 곡을 선택했다”고 대답했다.

큐피드의 매직 신화가 말해주듯 팬덤에 의존하는 K팝 성공 방정식은 다양해져야 한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본드는 그의 저서 ‘팬덤의 시대’에서 “팬덤 스펙트럼의 반대쪽 극단에서는 역기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팬덤이란 다이너마이트처럼 건설에 사용될 수 있지만 파괴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힘은 문화가 지닌 엄청난 파워를 대변한다고 칭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창작자와 기업인들은 분기점에 선 K팝·K컬처의 위기 징조를 느끼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기획자와 콘텐츠 창조자들의 노력에서 나온다. 정부가 K콘텐츠 육성 전략을 발표하고 1조 원 규모의 전략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창작자들의 자유로우면서도 다양한 콘텐츠 제작 의지다. 의도가 보이는 판에 박힌 육성 정책을 풀어놓고 창작자와 문화 기업인들을 부추겨 세우기만 하면 그 결과는 엑스포 유치전 실패에서 보듯 뻔한 결말을 가져올 것이다.

<홍병문 서울경제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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