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타분할 진 모르나 한문으로 된 고사성어 중 직목선대(直木先代)와 곡즉전(曲卽全)이라는 말이 있어 함께 공부하며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말은 곧은 나무는 제일 먼저 베어진다. 즉 잘난 나무는 가구제작 등에 유용하여 제일 먼저 베어진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잘난 사람(그렇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하는 사람들 포함)은 남의 시기와 구설수로 상처를 받고 희생될 수도 있으니 아무쪼록 근신하며 재능을 함부로 드러내놓지 말라는 경구이자 겸손, 겸손의 겸양지덕을 쌓으라는 교훈입니다.
두 번째 곡즉전이란 말은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말씀으로 굽은 나무는 온전할지어란 뜻입니다. 앞의 말씀과 결국은 동일한 의미인데 구부정한 나무가 제일 오래도록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즉 굽히고 겸손하면 오래도록 몸을 보전할 것이란 교훈입니다.
좀 더 부연한다면 태조 때부터 세종 조에 이르기까지 황희 정승과 함께 추앙받던 재상 맹사성도 처음에는 겸손이라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으나 군수 부임지의 어느 고승의 가르침을 받은 후 겸손을 제일의 신조로 삼아 훗날 칭송받는 인물이 되었다 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과 곡즉전이라는 말이 바로 맹사성에 대한 스님의 충고인데 오늘날 정부 요직에 있는 소위 똑똑한 분들에게도 당연히 이런 충고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들 누구나 상식으로 알아둘 말씀이지요. 세상 어머님들이 잘난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제일 노심초사하는 점이 바로 이 점일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지위 고하(특히 아랫사람들에게) 불문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경하려는 태도가 겸손이라는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못생긴 나무들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선산(先山), 즉 부모 묘를 지킨다.”
선산에 가보면 주위의 나무들이 하나같이 세상풍파에 시달린 듯한 구부정하고도 키도 작은 나무들을 목격했을 것입니다.
제일 잘난 자식은 나라의, 그 다음 잘난 자식은 사돈의, 제일 못나고 빚쟁이 녀석이 바로 내 자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그 제일 못난 자식이 훗날 나에게 제삿밥 올리고 성묘하는 진짜 내 자식이라는 말씀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우리들 엄마의 마음속엔 여러 자식들 모두가 귀한 내 새끼들이며, 특히 소위 세상 잣대로 뒤쳐지고, 말썽 많고, 못난 것 같은 자식을 늘 걱정하고 마음 앓이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이야기는 아마도 다들 아시는 것이겠지만 가난한 집안 홀어머니와 효자 자식이 살았는 데 효자가 자신은 충분한 여유가 없어 무슨 좋은 먹을 것이 생기면 어머님께 바치나, 그 어머니는 모든 걸 알아차리시고 힘들게 일하는 효자 자식이 먹도록 하기 위해, 난 그런 음식이 몸에 맞지 아니 한다든지, 몸이 아파 먹을 수가 없다든지 갖은 핑계거리를 대면서 오히려 자식이 먹도록 했다는 가슴 찡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들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늘 약자의 편에 서는 천사들,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아니신가요.
<문성길 전 워싱턴 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