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유창 목사(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한국의 시성(詩聖),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랜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이 아름다운 시를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게 이 세상에 모든 이들을 향하여 흔적을 남겼습니다.
시편 147편을 노래한 시인의 영감과 윤동주 시인의 “별을 헤는 밤”은 분명히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별을 통하여 소통하고자 하는 하나님과 별을 통하여 자신의 희망과 구원관 그리고 행복관을 피력함에 있어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시인은 시를 통하여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강력한 시적 영감이 있다는 점에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누구든지 언제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11월을 보내고 나면 곧 겨울이 닥쳐오고 그 겨울도 곧 봄을 맞이하는 하나님의 경륜과 계시를 통하여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하나님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습니다. 시편기자는 특별히 4절에서 “우리 하나님은 별들의 수효를 세시고 그것들을 다 이름대로 부르시도다”라고 한 구절의 싯귀에서 무한한 영감과 하나님의 언약의 계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계절은 분명히 간격을 두고 그때마다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나갑니다.
아직은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온통 주변이 그 흔적을 남기고 저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가을의 밤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윤동주 시인이 시의 서두에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라는 말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은쟁반에 아로새긴 구슬같은 최적의 표현입니다. 하늘의 무수한 별들의 수효를 다 세시는 하나님은 마치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보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그 어떤 시간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삶의 존재와 궤적(軌跡)의 시각으로 조명함으로써 별처럼 빛나는 구원, 별처럼 선연한 희망, 별처럼 화사한 행복을 어머니라는 위대한 이름을 결부시키면서 계절이 주는 운명같은 슬픔 속에서도 그 슬픔을 극복해내는 위대한 시인의 영감은 과히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마음 묵직하게 던지는 강력한 도전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위대함이란 전지전능하심에 있습니다. <별들의 수효를 세시는 언약의 하나님>은 단순히 별들의 수를 세심에 끝나지 않고, 뭇별들의 이름을 일일이 그 별에 알맞은 이름을 지정하시고, 별 하나 하나에 적합한 뜻과 그 존재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다 알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구원의 세계로 이끄시고 구원의 축복세계로 인도하신다는 언약의 일관성, 언약의 구체성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15:5에 보면 하나님은 믿음의 족장인 아브라함에게 별을 헤이는 그 밤에,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가라사대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언약하십니다. 언약의 일관성과 구체성이 <구원, 희망,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 예언한 대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나님은 선포하십니다(이사야 40:26).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의 뭇별을 세시는 하나님은 우리를 다 헤아리십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만상을 헤아리십니다. 목자가 양을 세밀하게 돌보듯 하나님은 세심하게 우리를 돌보십니다(요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