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나의 의견] 팔팔한 88세와 ‘오라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13 14:01:14

나의 의견, 채수호, 자유기고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75세인 나는 제법 나이 든 사람처럼 행세하다가도 나보다 자그마치 13살이나 많은 고향선배 이박사 앞에서는 쪽도 못쓴다. 세브란스 의대를 졸업하고 1960년대 말 미국에 온 이박사는 50년 넘게 미국 소아과 의사로 일하다가 지난달 은퇴했다. 선배 부인도 의사인데 연세의대 동문회에서 만나 부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해로하면서 3남매를 두고 그 중 둘은 의사로, 하나는 성공한 사업가로 키워냈다.

이박사는 골프를 아주 좋아하나 주변에 같이 골프를 칠만한 친구가 별로 없다. 같은 연배의 친구들은 거의 별세했거나 몸이 아파 함께 골프를 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13년 연하의 고향 후배인 나를 만나 함께 골프를 치게 되었다. 모처럼 생긴 연하의 골프친구를 이박사는 끔찍이도 챙겨준다. 골프장에 나올 때마다 상추며 풋고추며 오이 등 텃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야채들을 한봉다리씩 얼음에 재워 갖고 나와 ‘먹어봐’ 하고 내게 준다.

이박사는 골프장에만 오면 뭐가 그리 좋은지 ‘오라이-All right’를 연발한다. 골프 실력이 칠칠치 못한 내가 뒷 땅을 쳐서 공이 조금 밖에 못나갔는데도 ‘오라이’, 골프카트 뒤에 골프백 얹는 순서를 앉은 순서와 엇바꿔 실어도 ‘오라이’, 그린 건너편에 세워야할 카트를 뒤에 세워 많이 걷게 해도 ‘오라이’다. 이박사는 아마 병원에서도 환자나 간호사들에게 ‘오라이’를 연발할 것 같다.

이박사가 ‘오라이’ 하고 유쾌하게 소리칠 때는 옛날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여차장이 위태롭게 버스에 매달린 채 만원버스에 올라타려는 승객을 온몸으로 차안에 밀어 넣은 후 버스 옆구리를 탕탕 치며 ‘오라이’ 하고 소리치던 생각이 난다.

이박사는 눈이 어찌나 밝은지 돋보기도 쓰지 않고 신문을 읽는다. 러프에 떨어진 공을 찾지 못해 내가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저쪽 두번째 큰 나무 밑에 가보게’하여 가보면 틀림없이 공이 그곳에 있다.

한 가지 약이 오른 것은 이박사는 항상 나보다 공을 이삼십 야드는 더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이박사가 드디어 큰일을 냈다. 파4 홀에서 티샷을 친 후 120야드 전방에서 그린을 향하여 샷을 날렸는데 분명히 그린에 떨어진 것 같은 공이 안 보이는 것이 아닌가.

가서 보니 공은 둥지에 낳아놓은 새알처럼 홀컵 속에 예쁘게 들어있었다. 홀인원 못지않은 이글을 한 것이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박사는 입버릇처럼 연발하던 ‘오라이’도 잊은 채 한동안 멍하니 서있다. 이번에는 내가 이박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오라이! 오라이! 진짜 오라이!!!” 

<채수호/자유기고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흘러가는 세월이 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벌레박사 칼럼] 가을철 벌레 관리는 이렇게…

벌레박사 썬박페스트 콘트롤 비즈니스를 오래 하다보니, 아침에 일어 나면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그날의 일기예보를 본다. 비즈니스 특징상 그날의 기온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비와

[법률칼럼] 결혼영주권과 가정폭력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중 결혼과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다. 가장 흔한 예로,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사람이 한국으로 가서 자신을 총각

[행복한 아침] 모순

김정자(시인·수필가) 하이웨이 285에서 톰 모어 랜드 인터체인지로 차선을 바꾸려는 지점에서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끼어든 차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내달린다. 연이어 여러 대가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길가 풀잎위몰래 앉은 새벽 이슬맑은 방울속에가을이 담겨 왔습니다  밤낮도 모르고처량하게 들려 오던매미 노래 여운속에가을이 스며 들었습니다  상큼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변화는 먼저 성찰과 순수함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삶의 치열한 탐색이 변화의 핵심 요체인 듯하다.변화를 갈망하는 치열한 탐색이

[신앙칼럼] 기쁨의 모략(Conspiracy Of Joy, 시편Psalm 37: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진정성(Authenticity of God)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 중에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기쁨의 저변에 무엇이 모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