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9월이면 열전에 돌입하는 운동경기가 있다. 바로 미식축구, 풋볼경기다.
풋볼경기는 미국의 자존심이라고들 한다. 아마도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운동경기라 그렇게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경기가 나이 별로 분류되어 있어서 특이하다. 하이스쿨은 금요일 저녁에 경기가 있고 대학교는 토요일 오후에 거의 게임이 시작된다. 그리고 프로 게임은 일요일에 있다. 어쩌다 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도 경기를 하는 날도 있다.
풋볼경기는 태클이 아주 강한 운동이기 때문에 얼굴 가리개와 함께 머리에 쓰는 헬멧이 있고 가슴과 어깨를 받쳐주는 패드도 있다. 그 헬멧을 기회가 되어서 머리에 한번 써보았는데 무게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무거웠다. 완전히 다 차려입고 나서면 로봇 같기도 하고 우주 비행사 같기도 하다.
멋있고 근사해 보여서 그런지 사춘기를 지나가는 청소년들은 거의 꼭 풋볼 운동을 한번 해보고 싶어 한다. 또한 프로 풋볼 선수들이 선망의 대상이기도하다.
풋볼 경기는 여름을 거쳐 겨울을 지나가며 계속 이어져 가는 운동이다. 9월에 시작하니까 몹시 덥다. 그러다가 추수감사절쯤 되면 날씨가 스산하고 외투 생각이 나는 시간이다.
하이스쿨 게임은 추수감사절 전에 바로 끝난다. 집 근처에 하이스쿨이 있어서 금요일 저녁 구경을 가면 축제 분위기다. 내가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대운동회 분위기와 비슷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강아지까지 나와 마음껏 즐긴다.
햄버거와 핫도그를 구워 팔고 학교매점에선 PTA 엄마들이 각종 음료에 팝콘, 칩, 피자 등 너무 바빠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열심히 손님을 맞이한다.
풋볼 게임은 비가 와도 그 비를 다 맞고 그냥 계속한다. 단 천둥번개가 치는 날엔 중단한다. 선수들의 운동복에 쇠붙이가 있는 관계로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라 한다.
나는 동네에서 하는 하이스쿨 게임 구경을 열심히 많이 다녔다. 게임의 방식을 알면 아주 재미있는 경기다. 그 원리를 알고 보면 땅 따먹기 경기다. TV 하는 프로들의 경기를 보면 더 재미있다.
춥고 눈이 펑펑 내려도 경기를 한다. 각자 자기편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함성과 열기는 대단해서 쌓이는 눈도 그냥 녹을 정도다.
9월부터 2월초까지 펼쳐지는 풋볼의 꽃은 수퍼볼이다. 수퍼볼 밤의 축제가 미국의 모든 것을 정지시킨다. 시청률이 최고다. 수퍼볼 시작하기 일주일 전부터 누구네 집에서 모여야 할지 공연히 마음이 뒤숭숭하다. 일등은 하나인데 어느 팀이 이기고 어느 팀이 패자가 될지 불꽃 튀기는 경기가 이어지고 긴장감이 팽팽하다. 정해진 시간은 사정없이 가버린다. 시청자들도 표정이 심각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은 온통 아수라장이 된다. 승자의 기쁨과 패자의 허망함과 절망감이 교차하는 온통 어지러운 경기장 속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두 팀의 코치들이다. 경기할 땐 피 터지게 싸웠지만 둘이 얼싸안고 등을 두드린다.
승자에게 축하를, 패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 등을 두드리는 손과 웃음 짓는 표정들이 감동이다. 양 팀 선수들의 핵심 멤버인 쿼터백들도 서로 끌어안고 힘껏 등을 두드려준다. 멋지다!
<이지현/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