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단상] 풍경이 있는 집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07 14:17:37

단상, 윤영순, 메릴랜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대단지 속의 작은 아파트 공간에 채 뜯지도 못한 짐 꾸러미를 방 한 켠으로 잠재운 채 몇 년을 나그네처럼 머물다 이제야 정착할 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나이 듦을 의식하며 무거워지는 몸을 이삿짐을 챙기면서 그나마 조금씩 풀어보기에는 가을이 최적의 시기가 아닌가. 제대를 앞둔 병사처럼 이사 날짜를 잡아두고 보니 왠지 젊은이 못지않게 가슴이 뛴다.

무엇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다본 넓은 뜰에 무성한 나무들이 철 따라 펼치는 정경을 글 속에 담아보기도 하고, 너무 조용하여 적막감마저 드는 단독주택 지역과는 달리 이곳은 많은 젊은 세대들의 어린 자녀들이 등교시간에 맞추어 각양각색의 옷차림으로 아파트단지 구석구석에서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노란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한없이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잠시나마 과거로의 시간여행 떠나듯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등, 노년기에 더욱 살 맛 나게도 하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일생을 통해서 몇 번이나 삶의 터전을 옮기며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이사할 때마다 언뜻 던지게 된다. 

며칠 전부터 짐을 꾸리면서 줄인다고 줄인 물건 중에서도 또 다시 버릴 것은 버리다보니 홀가분한 기분으로 새 출발을 준비한다. 젊은 날은 살림을 모으는 재미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버리는 것이 자꾸만 손에 익숙해져 이렇듯 삶이란 닳아 없어지는 종이 두루마리처럼 갈수록 가벼워지는가 보다. 

호사다마라고. 어느 날 이사를 앞둔 주일 아침 외출을 하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 둔 차로 발길을 옮기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입이 쩍 벌어지는 사건이 생겼다. 

차 뒷문 유리창은 산산 각각이 나있고 유리 파편이 차 시트와 땅바닥에 널브러져있다. 밤사이 도둑이 차를 훔쳐 가려다 잠금장치(immobilizer)가 되어있어 시동이 걸리지 않자 화가 났던지 차창을 망치로 박살낸 후 도망을 친 모양이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그동안 몰던 큰 차를 처분하고 작은 차를 구입하면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이 지역에는 차가 분실되거나 파손될 염려도 있으니 아예 작은 차가 적격이라고 무심코 던진 말이 그만 씨가 된 것인가, 오늘도 넓은 아파트 주차장 너머로 땅거미가 드리워지고 무심한 듯 가로등에 하나둘 씩 불이 켜진다.

<윤영순/메릴랜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임마누엘 예수의 모략(The Conspiracy Of Immanuel Jesus, 이사야Isaiah 7: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야 7:14) 이사야의 예언은 곧 하나님의 모략이며, 임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신은철 (상략)어머님 일생몸의 시간은 매일매일 반복된 시계 시간이었지만맘의 시간은 순간마다 새로운 삶의 시간,아침에 묻는 말씀 “오늘은 무엇을 배우지?”저녁에 묻는 말씀“오늘 배운

[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