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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걸친, 엄마'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07 13:40:42

이 아침의 시, 이경림, 걸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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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한 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

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

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

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

고, 나는

엄마가 된다

걸을 때마다 펄렁펄렁

엄마 냄새가 풍긴다

- 엄마……

-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

걸친 엄마가 눈을 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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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태우거나 보공으로 넣지 않고 돌아가신 엄마 옷을 걸치다니, 걸친 엄마는 절친 엄마였을 것이다. 펄렁거리며 냄새를 풍기는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가 9남매 형제들을 낳을 때 붙잡았다는 시골집 문고리를 뽑아온 적이 있다. 어머니의 손과 같은 그 문고리는 언젠가 사라졌다. 그러나 옷과 문고리가 사라지더라도 우리의 얼굴과 목소리와 태도에는 언제까지나 엄마가 걸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실, 절반의 엄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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