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팁에 관해 이야기가 나오면 다들 할 말이 많다. 좋은 소리는 하나도 없고 모두가 불만이요 성토다. 주류언론에서도 최근 부쩍 팁 이슈를 자주 다루는데 그런 기사에는 독자들의 부정적인 댓글이 엄청나게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좋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던 팁이 팬데믹을 지나면서 고객의 선택이 아닌 식당의 강요가 돼버렸다. 게다가 팁과는 별도로 전에 없던 ‘서비스 차지’, ‘감사료(gratitude)’, ‘웰빙 수수료(wellness fee)’ 등의 요금들이 부과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과 불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팁에 대한 불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원성이 높은 이슈는 식당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상점에서 팁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팁은 원래 식당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이터에게 지불하던 봉사료였는데 지금은 서비스 제공 없이 계산대에서 상품을 건네만 주는 커피숍, 빵집, 패스트푸드 점 등 셀프서비스 업소에서도 팁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팁 문화의 확산은 팬데믹 기간 중 키오스크와 태블릿 결제 시스템이 널리 사용되면서 자리 잡았다. 계산대에서 점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크린에 뜨는 10, 20, 30%의 선택 버튼을 터치해야할 때 ‘노 팁’을 누를 배짱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할 수 없이 팁을 터치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빗대 생긴 신조어가 ‘티핑 피로(tipping fatigue)’, ‘길트 티핑(guilt tipping)’, ‘팁 소름(Tip Creep)’이다. 팁 주는 행위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소름 끼친다는 뜻, 또 종업원이 쳐다보고 있으니 죄책감과 쫓기는 마음에 높은 팁을 누르게 된다는 뜻이다.
팬데믹 이전 10~15% 선이던 팁이 요즘은 15~30%까지 상승, 인플레이션에 ‘팁플레이션’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아울러 음식 값에 세일즈 택스를 더한 다음 팁을 요구하는 일부 식당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원성이 높다.
식당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력난과 높아진 인건비를 이유로 들며 그 비용을 고객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담은 손님을 몰아내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사실을 식당들은 알아야한다.
소셜미디어에서 팁 피로감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은 “가능하면 식당에 가서 식사하기보다 포장음식을 투고해 온다”든가 “태블릿 결제를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낸다”는 등의 ‘팁 피하기 요령’을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다들 부담스러워한다면 미국의 팁 문화를 재설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