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김치 형태로 발전하던 김치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것은 우리나라에 고추가 유입된 임진왜란 이후의 일이다. 1766년 ‘증보산림경제’에는 배추김치·총각김치·오이소박이김치 등 다양한 김치들이 소개됐다. 오늘날처럼 속이 찬 배추에 젓갈과 고춧가루, 갖은 양념을 버무리는 제조법은 19세기 무렵 완성됐다.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밥상에만 오르던 김치가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해외에 본격적으로 알려져 김치 수출액이 2004년 1억 달러를 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8,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유네스코는 전통 김치 제조 과정인 ‘김장’을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우리 정부는 2020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인 김치 문화 계승·발전과 김치 산업의 진흥을 위해 매년 11월22일을 법정 기념일인 ‘김치의 날’로 제정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치의 날’이 미국의 국가 기념일이 된다. 미 연방하원 감독위원회는 올해 한국인의 미국 이민 120주년과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공화당 소속 한국계 영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김치의 날 결의안’을 12월6일 본회의에서 표결 없이 채택할 예정이다. 이미 캘리포니아·버지니아·뉴욕 등 미국의 일부 주가 2021년부터 ‘김치의 날’을 제정하기 시작했지만 미국 연방의회 차원에서 외국 음식과 관련된 기념일을 정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앞서 올 7월에는 아르헨티나가 ‘김치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정했고 영국 런던 킹스턴어폰템스 왕립구도 ‘김치의 날’을 제정했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김치는 K팝 등과 함께 한국 문화의 힘과 영향력을 상징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매력도를 높이려면 문화·교육 등 소프트파워 강화가 필수다. 이미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도약을 위해 국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신경립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