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뉴스의 현장] '영앤리치'는 축복일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01 13:09:43

뉴스의 현장, 석인희 LA미주본사 사회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율곡 이이 선생은 삶에서 세 가지의 큰 불행이 있다고 했다. 세 가지 불행은 ‘소년등과’(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는 일), ‘중년상처’(중년에 처를 잃고 홀아비가 되는 일), ‘말년빈곤’(늙어서 돈마저 없어서 서러운 일)이다. 나머지 두가지 불행에는 쉽사리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소년등과’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젊어서부터 성공가도를 달리는 건 누구나 원하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요즘 한국 연예계에서 일어나는 마약 스캔들을 지켜보다 보면 너무 이른 나이의 성공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된다.

배우 이선균은 30대 초반부터 48세인 지금까지 차곡차곡 성공을 쟁취한 사람이다. 단역부터 주연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32세의 나이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지난 2019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출연해 전 세계에 얼굴을 알렸다.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상을 거머쥐면서 그의 몸값 또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배우 전혜진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단란한 가정까지 꾸린 그는 명예, 부 등 모든 걸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배우 이선균은 최근 마약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평소 쌓아온 긍정적인 배우 이미지를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는 멤버십 회원제 유흥업소에서 여러 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처럼 왜 모든 걸 가진 듯한 사람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까? 아무래도 준비가 덜 된 미숙한 상태인 인생의 초반부에 성공을 하게 되면 자만과 방탕에 빠지기 쉽다. 성공을 담을 만한 큼지막한 그릇을 갖추지 못한 채 운 좋게 성공을 얻으면, 그 성공은 그릇 밖으로 넘쳐 흐르기 마련이다. 오히려 초년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야 말로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의 인생은 단단한 마음가짐과 다사다난한 경험들을 발판삼아 올라갈 일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가 1943년 발표한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들 욕구에는 우선순위가 있어 단계가 구분된다.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부터 경험하기 시작하고, 하위 단계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상위 계층의 욕구가 나타난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아가는 5단계의 욕구는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피라미드의 최상부에 위치한 자아실현의 욕구는 개인의 타고난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로 매슬로는 성장을 향한 긍정 동기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자아 실현의 욕구를 최상의 욕구로 여겼다. 다른 단계의 욕구와는 달리 자아 실현의 욕구는 충족될 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말년에 접어들면서 매슬로우는 사람이 자아실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단계를 넘어선 ‘자기초월의 욕구’가 존재한다고 확신했다. 자기초월의 욕구란 자신의 완성을 넘어 타인과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한다. 매슬로우는 자아실현을 완성한 사람들은 자신을 초월하는 가치에 의해 동기를 부여 받는 경향이 있고, 자신을 초월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영앤리치’(young and rich)를 꿈꾼다면, 모든 걸 이루고 난 그 후의 인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돈이 많고 유명세를 얻은 후 인생의 허무를 논하며 마약, 술 등에 중독되면 노년은 불구덩이에 빠진 듯 비참해 진다. 17세기 스페인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책 ‘아주 세속적인 지혜’에서 “모든 것을 소유하면 머지않아 환멸과 불만에 빠지게 된다”며 “몸은 숨을 쉬어야 하고, 영혼은 열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아실현의 욕구를 이뤘다면, 그 다음 단계인 ‘자기초월의 욕구’를 추구해보자. 공공의 선이야 말로 사람의 영혼이 죽을 때까지 열망해야 할 최상의 욕구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자기초월의 방식으로. 

<석인희 LA미주본사 사회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