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엘리트 학원
첫광고

[시론] 전쟁 해악의 해독제, 문학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01 13:08:03

시론, 민병임 뉴욕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오래 전 한 에세이에서 6.25전쟁때 피난을 못가 골방에 숨어 지내면서 세계명작전집을 죽으라고 보면서 공포와 긴장의 시간을 버텨냈다는 내용을 읽었었다. 당시에 읽은 세계명작이 뭐가 있을까 하여 찾아보니 1937~1940년에 박문서관에서 출판된 현대걸작 장편소설 전집과 걸작장편소설 전집, 조광사에서 세계명작장편전집이 출간된 기록이 나온다.

글쓴이는 톨스토이의 부활, 안나 카레니나, 고리키의 어머니,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셰익스피어의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괴테의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전쟁의 참화 속에 살아남았을까. 

살아있어도 전쟁에의 상처와 기억은 평생 트라우마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문학의 세계에 빠지면 고통, 상처, 아픔 등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을 초월하며 위로받는다고 한다.

지난 10월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한국 파주에서 ‘DMZ 평화문화축전’이 개최되었다. 이곳에 온 노벨문학상(2008년) 작가 르 클레지오는 이렇게 말했다.

“2차 대전 직후 암울했던 유년 시절에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준 것은 외할머니가 매일 매일 해준 새로운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예술과 문학이 문화 제국주의와 전쟁의 해악에 대한 해독제라고 믿고 있다.” 그의 소설로 ‘황금 물고기’, ‘사막’, ‘타오르는 마음’ 등이 있다.

또 함께 방한한 노벨문학상(2015년)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대표작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이 있다. 작가 역시 문학은 전쟁을 겪은 아이들이 짐승이 아닌, 사람이 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터에 있는 이들은 이 난관과 불안감을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을까. 가족이 하마스 인질로 잡혀간 후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고 수시로 공습경보가 울리는 곳에서 사는 이스라엘인들, 계속된 폭격으로 집을 잃고 갈 곳이 없어 유엔개발기구 제공 텐트에서 생활하는 팔레스타인인들, 모두 공포와 두려움, 불안 증상이 극심할 것이다.

이스라엘 문학의 거장 아모르 무즈는 부모세대의 홀로코스트,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쓴다. 소설 ‘블랙박스’에서 한 때 부부였던 알렉스와 일라나, 아들 보아즈 등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가족의 의미,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한국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양심으로 통한다.

또 2017년 맨부커 수상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우울증 걸린 어머니, 유대인의 거대한 고통의 역사와 아이들까지 전쟁훈련에 동원되는 이스라엘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작품에 담았다.

또한, 진정한 팔레스타인 문학은 19세기 중반 이후 새로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패전한 팔레스타인 사람의 의식 속에 확고한 저항과 혁명의 의지가 다져졌고 문학에도 저항정신이 담겼다. 여성작가 사하르 칼리파는 소설 ‘유산’에서 “어디서부터 이 재앙에 맞서 어떻게 물리쳐야 하나요? 섬광 같은 순간의 희망이라도 주는 곳은 세상천지 그 어느 조그마한 땅에서조차 찾을 수 없으니, 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요?” 한다. 이 소설에서 땅과 신체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점령당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파주 DMZ 세계작가대회에 온 팔레스타인 소설가 아다니아 쉬블리의 장편 ‘사소한 일’은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었는데 이스라엘군의 베두인족 소녀 살해사건을 다루었다. 팔레스타인 난민, 민중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메시지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문학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과 용서가 있는 사회를 만드는 힘이 있다.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등 다른 종교의 기념일과 교리를 존중하고 전쟁의 참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더 이상의 희생을 줄이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비록 문학이 전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전쟁의 폐해를 희석시키는 해독제가 되어야만 한다. 

<민병임 뉴욕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세월 속에서 만난 새해

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해 연말과 새해 연시를 기해 다사다난한 일들로 얼룩졌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역임하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께서 12월 29일 향연 100세로 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움의 초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의 밝은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다. 연휴에 분주하게 지내느라 새로움을 마주하는 희망찬 의지를 다질 새도 없었다. 새해부터 경건해야 할 삶의 질서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