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출시된 ‘개존맛 김치’라는 제품 이름을 놓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논란이 됐다. 한글날을 맞아 해외에서 사용되는 한글 표기 오류 제보를 받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 소식을 알렸다. 표현의 극대화를 위해 사용해도 괜찮다는 의견과 속어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다. 해당 회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제품명도 변경하기로 했다.
개존맛 김치는 한글 비속어에 익숙해지고 무뎌진 한국인이 듣기에도 어색하고 껄끄럽다. 이런 단어가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등장한 것을 보면 지구촌인 게 실감 난다. 사실 김치가 수난을 당한 지는 오래됐다. 1990년대 일본에서 김치가 ‘기무치’로 불리며 인기를 끌자 우리는 김치가 왜곡되고 있다며 개탄했다. 심지어 1996년 일본 도쿄에서 식품에 관한 국제 기준(CODEX) 총회가 열렸을 때 일본은 ‘기무치’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도록 추진했다. 그러다 2001년 CODEX는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 등 양념을 섞어 저온에서 젖산 발효시킨’ 한국의 김치를 국제표준으로 결정했다. 이후 K팝·K드라마 등의 인기로 인해 김치의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때 중국이 뒤통수를 쳤다.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부르며 김치의 종주국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수난사에 이어 이번에 등장한 개존맛 김치는 비속어 표현이 들어가서 당황스럽지만 김치가 ‘찐 한국의 음식’임을 방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역시 K콘텐츠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비속어를 알고 활용(?)할 만큼 한국어와 문화가 글로벌화 했다고 해석하면 지나치게 순진한 긍정을 넘어선 ‘국뽕’일까.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비속어 사용이다. 그런 점에서는 일본에 앞서 우리부터 돌아봐야 한다. 비속어를 남발하고 이를 방송 자막에도 버젓이 사용해 외국인들이 그냥 써도 되는 말로 오해하도록 한 것 아닌가.
특히 ‘개존맛’은 비속어에 MZ세대의 신조어까지 합쳐진 어쩌면 ‘나름 힙한’ 단어로, 외국인들에게도 그렇게 이해됐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비속어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거친 말을 쓸수록 생각 역시 거칠어진다.
오이소박이를 맛본 많은 외국인이 김치는 발효된 음식이라고 알고 있는데 오이소박이도 김치인지를 묻는다. 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들에게 ‘개존맛’처럼 MSG가 듬뿍 들어간 한국어를 맛보게 해서는 안 된다.
<연승 / 서울경제 디지털편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