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최근 한국 언론에 “무비자 I-94 정보 제출, 얼굴인식·소셜미디어·DNA까지 확대 검토”라는 제목이 등장하자, 많은 분들이 “미국 가려면 공항에서 DNA까지 채취하나” 걱정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얼굴인식은 이미 전면 시행 단계, 소셜미디어는 의무 제출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로 확장 중, DNA는 법적 기반을 넓혀가는 준비 단계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표현은 다소 자극적일 수 있지만, 정책 흐름 자체는 사실에 기반한 우려다.
먼저 얼굴인식부터 보자. 국토안보부(DHS)는 2025년 10월 말, “미국 출입국 시 모든 외국인에게 생체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최종 규칙을 연방 관보에 고시했다. 2025년 12월 26일부터 발효되는 이 규칙은 비자 소지자뿐 아니라 무비자 ESTA 여행자까지 포함하며, 그동안 예외였던 일부 캐나다 여행자, 14세 미만 아동, 외교관 등도 대부분 예외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미 공항에서는 ‘Simplified Arrival’이라는 이름으로 입국 심사대 앞에 설치된 카메라가 자동으로 여권 사진과 현장 얼굴을 대조하고 있다. 새 규칙은 이 시스템을 출국까지 확대하며, 기존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상시 제도로 끌어올린다. 앞으로는 I-94 기록, 여권·비자 정보, 얼굴 사진이 하나의 데이터 패키지로 묶여 오버스테이(체류 초과) 추적과 위험도 분석에 활용된다. 미국 시민은 ‘옵트 아웃’이 가능하지만, 외국인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
두 번째는 소셜미디어다. ESTA 신청서의 소셜미디어 계정 기재 항목은 지금도 “선택”이지만, 비자 영역에서는 이미 의무 단계로 넘어갔다. 2025년 6월 국무부는 F·M·J 학생 및 교환 방문비자 신청자에게 과거 5년간 사용한 모든 SNS 계정을 신고하고, 계정을 ‘공개’ 상태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더해 2025년 12월 15일부터는 H-1B 전문직 취업비자, H-4 배우자·자녀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인도 등에서는 실제로 인터뷰가 대거 취소·연기되며 “소셜미디어 심사 준비” 공지가 내려오고 있다.
이와 함께 확대되는 개념이 바로 **continuous vetting(연속 신원검증)**이다. 이는 비자를 한 번 발급해 주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체류 기간 내내 출입국 기록뿐 아니라 형사 정보, 이민 기록, 공개 SNS 활동까지 자동으로 긁어와 AI로 위험성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시민단체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SNS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외국인과 미국 시민의 계정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고 넓게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무비자라서 SNS는 상관없다”기보다, 공개 계정이라면 이미 감시 레이더 안에 들어와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세 번째는 가장 자극적으로 들리는 DNA 문제다. 2025년 11월 3일 USCIS는 생체정보 수집을 대폭 확대하는 규칙안을 발표하며, 지문·얼굴뿐 아니라 음성·홍채·DNA까지 포함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가족이민 청원에서 혈연 확인이 어려운 경우 DNA 활용을 적극화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 DNA 확대는 아직 최종 규칙이 아닌 ‘제안 규칙(NPRM)’ 단계다. 따라서 공항에서 모든 ESTA 여행자의 DNA를 일괄 채취하는 수준의 제도가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홍채·DNA 등 추가 생체정보가 출입국 관리에 포함될 여지를 열어둔 만큼, 방향성 자체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다. I-94 한 줄은 예전과 똑같이 찍히지만, 그 뒤에 붙는 데이터의 깊이와 폭은 완전히 다른 시대가 열렸다. 여권과 항공권만 들고 와 도장 한 번 찍고 들어오던 미국 여행이, 이제는 얼굴·동선·온라인 발자국까지 제공하는 조건부 입국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DHS는 국가안보와 테러·간첩·오버스테이 방지를 이유로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와 법학자들은 75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장기 데이터 보존, 얼굴·SNS·DNA의 결합이 초래할 프로파일링 위험, 표현의 자유 위축을 강하게 경고한다. 미국 국경은 단순한 출입 통제 지점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 전체를 데이터로 수집·평가하는 거대한 필터로 변하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첫째, “나는 관광 무비자니까 상관없다”는 생각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ESTA로 90일 여행을 와도 입국 순간 얼굴인식은 기본이고, 공개된 SNS는 언제든 신원검증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둘째, 학생·교환·취업비자 소지자는 자신의 온라인 발자국과 이민 서류 사이에 모순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되, 오해받을 여지가 있는 콘텐츠는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왔다.
무비자 I-94 한 줄은 단순하다. 그러나 그 뒤에 연결되는 우리의 얼굴, 시간, 관계, 표현, DNA까지는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얼굴·SNS·DNA 확대 검토”라는 말은 공포 마케팅이 아니라, 앞으로 미국 국경 앞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내어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조용한 경고다. 과장된 불안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 위에 선 차분한 대비가 지금 필요한 태도다.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8] 구르는나무](/image/288976/75_75.webp)
![[한방 건강 칼럼] 불면증, 한방치료와 접지족욕(Groudning Foot Bath)의 시너지](/image/288958/75_75.webp)
![[수필] 카이자의 삼각형](/image/288841/75_75.webp)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가입 전에 꼭 알아야 할 용어 정리](/image/288878/75_75.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