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엘리트 학원

[나의 생각] 샌프란시스코의 계단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0-10 17:52:22

나의 생각, 나효신 작곡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우리 집은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있어서 걸어서 올라가면 숨이 차고 걸어서 내려가면 무릎이 아프다. 수십 년 전에 내가 이 동네로 이사 왔을 적에는 숨도 차지 않았고 무릎도 아프지 않았지만, 언덕은 그대로인데 그 같은 언덕을 걷는 나는 변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유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언덕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동차를 타고 언덕 꼭대기에 있는 신호등이나 멈춤 표지판 앞에 멈춰있으면 혹시 자동차가 흘러내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조마조마하다.

길을 만들기에 경사가 너무 심한 곳에는 자연스럽게 계단이 생기는데,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에 계단이 많다. 그 중에서도 라이언길 계단(Lyon Street Steps)은 매우 유명하다. 계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그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나는 아래에서 시작하지 않고 꼭대기에서 내려가기를 먼저 하는데, 그러면 나중에 계단을 올라올 적에 올라간 계단이나 산은 반드시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마음이 가볍다. 아름다운 경치도 보고 다리 운동도 되고 마음까지 가벼우니 더 바랄 것이 없다.

계단을 두 개씩 건너뛰어 올라가던 시절에는 계단손잡이에 의지하지 않았다. 나는 계단손잡이는 그저 예쁜 색으로 칠한 장식품인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 집 계단손잡이는 빨간색으로 칠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는 그 예쁘고 빨간 손잡이를 꼭 붙잡고 계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라도 여수에 있는 향일암(向日庵) 즉 ‘해를 향한 암자’에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가다가 잠시 멈추고 이렇게 계단이 많은 줄 진작 알았더라면 오지 말 것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단이 많다. 그러나 꼭대기까지 올라가보면 매우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올라오길 잘했다고 마음을 또 바꾸게 된다. 

그런데 산을 꼭대기까지 올라가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바다이다. 산에는 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올라가는데 가서 보면 바다가 보이고 그곳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는 것이다. 미국에 와서 오래 살았지만 이따금씩 한국의 명소에 가본다. 고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아름다운 소리를, 아름다운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서 간다. 좋은 것을 이미 가진 나는 내 것이 최고라고 큰 소리로 주장할 필요가 없다. 네 것도 좋고 내 것도 좋다며, 우리는 언덕과 계단이 많은 이 도시를 ‘집’이라고 부르며 이웃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나효신 작곡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세월 속에서 만난 새해

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해 연말과 새해 연시를 기해 다사다난한 일들로 얼룩졌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역임하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께서 12월 29일 향연 100세로 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움의 초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의 밝은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다. 연휴에 분주하게 지내느라 새로움을 마주하는 희망찬 의지를 다질 새도 없었다. 새해부터 경건해야 할 삶의 질서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