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귀하의 감동적인 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옥고는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지면에는 어울리지 않음을
무척 유감 스럽게 생각합니다.
편집부에서 오는 이런 거절 편지가
거의 매일 날아 온다. 문학잡지마다 등을 돌린다.
가을 내음이 풍겨 오지만 이 보잘것 없는 아들은
어디에도 고향이 없음을 분명히 안다.
그래서 목적 없이 혼자만의 시를 써서
머리맡 탁자에 놓고 램프에게 읽어 준다.
아마 램프도 내시를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말없이 빛을 보내 준다. 그것만으로 족하다. (헤르만 헤세 1931--1962)
이 시는 독일이 낳은 최고의 시인이며 화가였던 헤세의 시다. 헤르만 헤세의 그의 철학은 무엇이었으며, 스위스 산장에서 인류를 사랑한 성 헤세의 생애 작품이다. 한 생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 ‘데미안’‘다르타’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헤세의 글에는 때묻지 않는 수채화같은 맑은, 인간의 고독이 깊이 깔려 있다. 그런 헤세마저도 그의 시가, 글이 수없이 거절을 받았고, 나치 전쟁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독일에서는 매국노, 배신자란 지탄을 받았다. 스무살에 글을 쓴 그는 히틀러가 사망 후 69세가 되어서야 인정을 받았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타인의 찬사를 받으려는 목적 없이 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글을 써 본 사람은 안다. 우리가 읽은 모든 예술 작품들도 대부분 수많은 거절 속에서 탄생한 것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스런 삶을 살다 간다. 혼자 세상에 나와서 혼자 사라져 가는 내 인생길에서 혼자 부질없이 시를 써서 바람에게 읽어 주면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겨울 강에게 읽어주면 얼음장이 화답할 것이다. 사람의 가슴에서 나의 글, 시를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그대가 쓴 글을 갈 하늘에 구름에 띄워 ‘운수 행각’ 깊은 산이나 바다로 흘러 보내라. 자연은 당신의 오묘한 시를 바람에 색깔을 띄워 자연이 듣고 나무나, 산이 황금빛 가을빛을 선물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빛깔, 마음의 보석을 지니고 있다. 마음에 비밀이 시나, 예술로 승화 시켜 세기적인 예술가가 탄생한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모나리자’는 그녀가 미소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유럽 방문중 작가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있다. 허름한 아파트 2층에 건너편 회색 건물이 죄수들이 사는 감옥이었다. 어느 크리스마스 밤 죄수들에게 줄 선물이 그가 그린 ‘모나리자’였다는 것이다. 그녀의 거칠은 손, 눈썹도 없는 미완성의 작품 ‘모나리자’의 비밀스런 신비는 작가의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마음의 비밀, 마음의 보석이었다. 나는 부족한 글을 쓰면서 내인생에 못다한 일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무겁다. 글을 쓰려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텅빈 마음으로 서성일 때가 많다. 이민자의 쓰라린 아픔, 함께한 그리운 이들이 떠나버린 빈 자리에서 홀로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그 모든 삶들, 그 아픔들이 내 마음에 보석이었음을 깨닫는다. 독일의 시성 괴테는 서성이는 회상이 없는 인생은 가난한 인생이며 인간은 노년에 들어서야 젊은 날의 노력만큼 마음에 보석을 거두어 들인다고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이런 마음에 보석들이 많은 사람들이다. 다시는 만들 수 없는 마음의 보석들…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얼굴들… 누구나 자신만의 보석을 만들고 살아왔다. 견딜 수 없는 인생의 쓰라린 아픔이 보석이 되어 마음속에 진주로 자란다. 우린 이런 상처투성이의 인생을 살다 간다. 혼자 나와서 혼자 살다 혼자 사라지는 것이다. 한 인간 그가 지닌 비밀은 생명의 샘물이다. 이 마음속에 지닌 보석들이 노년에 이르러 희미해지고 생로병사 속에 사라지는 것이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는 돌산 아래 혼자 중얼거려 본다. 억겁의 세월 살아온 돌산에 한 잎 낙엽이 진다. ‘일엽생애’라 했던가… 이 가을에 덧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눈을 뜨면 흰색 , 검은 색
기계 문명속에 나홀로 외계인이다.
그러나 인생은 누가 마음에 보석을
내속에 수많은 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사느냐이다
높은 밤하늘 수많은 별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알아보는
샛별 같은 눈을 주어서 --
그 비밀을 혼자 마시며 사는 비밀로 가득찬
마음의 보석, 마음의 비밀을 누가 지녔는가이다.
때론 말도 안되는 나의 작은 글의 알갱이가
시가 되고 , 사상이되고 , 사랑이 되어
그리운 이들 가슴에 보석처럼 묻히게 되어
침묵의 소리, 그 우뢰같은 하늘 음성을 듣는다.
가을이 깊어지는 것을 나뭇잎새들은 안다
고운 마음 안고 귀성길 서성인다.
귀뚜라미 소리 구성지고 ,새소리 , 바람 소리--
갈 바람에 묻어 사랑하는 이들 가슴에 묻어들어
영혼을 일깨우는 보석이 될수 있음을--
자연은 일깨워 준다.
인간의 마음에 묻어 둔 생의 비밀 스런 보석들을
황금빛 낙엽이 쓰고 간 편지를 읽자
보고, 느끼고, 사랑할수 있는 내마음의 비밀
세월이 갈수록 깊어 지는 인생의 보물,
내생의 나이테를 사랑해야지 --
인생 길 혼자는 살수 없다.
날마다 나를 일깨우는 그 얼굴 , 얼굴--
그리운이들에게 이가을 사랑의 연서를 보낸다
내 마음의 보석
내 마음의 비밀
그 상처는 내마음에 진주였다.
내가 태어 나 노자 없이 왔다 가는
하룻길 인생이었다.
'일일 시호일'(日日是好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