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사이에 바이드노믹스는 여전히 인기가 없다. 지극히 낮은 실업률과 인플레 둔화세에 보태 모두가 예상했던 경기침체 신호마저 보이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관리 능력에 실망감과 분노를 드러낸다.
좌익 정치평론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보수진영의 정파주의와 부정성 편향에 사로잡힌 언론에게 책임을 돌린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설명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경제 아젠다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제조업에 대한 그들의 근시안적 집착이다.
미국인들은 바이드노믹스가 자신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이든의 경제전략이 그들의 일상생활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제조업 부양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사실 제조산업 종사자들이 전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미미하다. 게다가 현재 제조업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바이든과 그의 참모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중공업 투자에 관해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지난 9월1일 고용보고서가 나왔을 때에도 바이든은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의료산업과 건설업 역시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은 고용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그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제조업 비중을 늘리려는 미국의 ‘재산업화’는 바이드노믹스의 초석이다. “바닥층을 끌어올리고 중간층을 확대하는 새로운 경제전략”의 대표적인 예는 정부의 보조를 받는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다.
바이드노믹스는 정치적으로 안전한 전략인 듯 보일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20세기 중반의 제조업 전성기에 향수를 갖고 있다. 당시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2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주요 경쟁국들의 자본금이 거덜난 덕에)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근면한 미국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 바로 취업해도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는 임금을 받았다.
민주당 전략가들 역시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성장이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를 일컫는 ‘러스트 벨트’의 대학졸업장이 없는 백인 유권자들을 다시 끌어올 수 있는 최상의 유인책이라 확신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경제와 노동력에 관한 수십 년전의 추정을 그대로 반영한 이같은 논리는 몇 가지 커다란 허점을 지닌다.
그중 하나는 미국 경제가 이제까지 줄곧 그래왔듯 압도적으로 서비스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고용 점유율 역시 8%에 그친다. 제조업계의 업무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인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친 제조업 분야의 실제 생산량 규모는 과거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단지 생산과정에 투입된 인력이 줄어든 반면 로봇이 늘어난 것뿐이다.
결론은 미국인 근로자들의 대다수가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대학졸업장이 있건 없건, 남성이건 여성이건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들에게 적용된다.
오늘날의 제조업 종사자들은 향수를 자아내는 20세기 중반의 동일업종 근로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학력이다. 대다수 제조업 근로자들의 학력수준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최소한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가 수두룩하다. 따라서 현재 건설중인 모든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이 조만간 가동에 들어간다 해도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야말로 민주당이 그들의 진영으로 끌어 들이고 싶어하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현재 제조업 경기는 신통치 않다. 공급자관리협회 지수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는 과거 10개월 동안 연이어 위축됐다. 이처럼 장기적인 위축은 대공황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분야의 고용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다른 경제 분야에 비하면 성장속도가 떨어진다.
한편 예정된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이 시작되면 14만6,000명의 UAW노조원들이 생산라인을 벗어나게 된다. 이 경우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물론 공급망을 구성하는 관련업체들과 직원들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된다. UAW 회장은 파업이 시작되면 바이든은 노사 양쪽 가운데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시나리오 안에서 바이든의 제조업 중심 정책은 ‘단순 오발 사고’ 정도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상당한 피해가 수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지지자들은 그의 경제정책이 없다면 제조업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혹은 그의 정책이 제조업 분야의 대규모 일자리 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성과를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최근 연방노동통계국은 배터리와 같은 하부종목에 대한 투자를 감안한다 해도 향후 10년간 제조업 전반의 고용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전하는 메시지는 다르다. 그는 오늘날의 제조업 경기를 척도삼아 바이드노믹스의 성패를 판단하라고 촉구한다.
바이든은 서비스산업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시행했기 때문에 굳이 이같은 프레임을 고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그는 견습공제도와 초과근무 자격을 확대했고 (최소한 한시적으로나마) 보육원 지원금을 증액했다. 그는 가끔 이런 조치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경제 정책을 홍보할 때에는 제조업분야의 성과에 우선순위를 둔다.
만약 바이드노믹스가 미국인들의 삶을 개선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납득시키고 싶다면 보편적인 미국인들이 근무하는 산업분야의 근로조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