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교육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기 이전에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선천적 심리경향으로 소통을 위한 사회적 연결 도구로 나를 설명해준다.
너는 MBTI가 뭐야? 방송에서 서로 묻기에 나도 검사를 해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이라도 정직하게 예나 아니요로 확실하게 답하라는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좋게 평가하므로 다른 이가 보는 나는 다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자신보다 남을 돌보는데 더 만족감을 느낀다고 하니, 옆에서 핑 비웃으며 너는 지가 만족한 후에야 남도 돌아본다고 한다. 계획한 일이 잘못될까봐 걱정을 한다니까, 아니지! 넌 처음부터 하고 싶은 것과 잘 되는 것만 계획하니 걱정이 없는 거라 핀잔을 준다.
나는 쪼잔하게 별걸 다 트집이라며 남편 차례가 되자, 다른 이의 감정을 이해한다기에 흥! 당신은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나거나 부족하면 얕본다며 날을 세워 싸움을 건다.
검사결과 우리 부부는 도친개친으로 끼가 많은 연예인, 뻥쟁이 정치가, 배포 큰 사업가, 간 큰 사기꾼, 첨단 과학자, 호탕한 군인과는 거리가 머니 큰 인물이 되기는 틀렸다. 성격의 유형은 대략 16가지로 되어있는데 결론은 모든 이들은 나름대로 다 쓸모가 있으니 다 좋다고 한다.
성격유형검사를 하면서 옛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나의 교사수첩 뒷장에는 해마다 옮겨 적는 “다 좋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지지리도 속을 썩이고 얄미운 녀석들과 한바탕 씩씩댄 나를 가라앉힌다. 해마다 학기말이 되면 교사들은 생활기록부에 각 학생의 종합평가를 쓰게 된다.
지금은 모든 것을 컴퓨터로 하지만, 예전에는 대개는 학년 말이 되는 봄방학 때 경건하게 만년필이나 펜으로 작성하는데, 이때 되도록이면 좋다는 내용의 종합평가가 지금의 성격유형검사의 기본이 된 것 같다.
성적표의 교사 란에는 학업성적, 교우관계, 유의사항을 비교적 솔직하고 자세히 적어주는데 너는 뭐라고 썼냐고 친구들과 엿보다가, 별로 친하지 않았던 담임교사가 나보다 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에 놀랐다. 교사로 발령 받기위해 생활기록부를 떼어본 날, 나는 모든 게 사실인데도 마음이 몹시 상했다.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차분하며 호기심이 많고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하면 좋았을 텐데, 웬걸! 좋아하는 과목의 성적만 우수하고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고 딴 생각을 많이 한다는 종합평가를 읽고, 나는 교사가 되면 어떤 평가이든 글로 남길 때는 정말 고운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쓰리라 다짐했고 노력했다. 물론 지금도 말이나 행동으론 못되게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비교적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하는게 나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다 좋다.”
속 터지게 갑갑한 내성적인 이는 진지해서 좋고, 쭈뼛쭈뼛 사교성이 적은 이는 과장되지 않아서 좋고, 목소리 작은 소심한 이는 실수가 적고 얌전해서 좋고, 시샘과 질투심이 많은 이는 의욕이 넘쳐서 좋고, 말이 많은 학생은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 조심조심 자신감이 없는 이는 겸손해서 좋고, 나서서 잘난 체하는 이는 활기 있어 좋고, 실없이 잘 웃는 이는 마음을 풀게 하니 좋고, 얄밉게 깐족거리는 이는 참는 법을 알려주니 좋고, 급한 것 없이 미련한 이는 차근차근 든든해서 좋다.
한글학교를 그만둔 뒤 아이들을 아끼던 마음도 멀어져가고, 상대방의 부족함을 탓하지 말고,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짜증내지 말고, 다시 읽어보며 누구에게나 다 좋다로 다스려야겠다.
<박명희 전 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