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성별과 무관하게 성인이면 누구나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술을 자제해야 한다는 권고가 남성들보다 더 많이 따른다. 임신·출산 때문만은 아니다. 술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치명적이고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위암, 간 질환 등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그만큼 술은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더 해롭다. 여성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체지방이 높고 수분이 적은데다 알코올 분해 효소도 남성보다 적은 게 그 이유다. 따라서 과음(excessive drinking)에 대한 남녀의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남성은 하루에 4잔 이상 혹은 일주일에 14잔 이상 마셨을 경우, 여성은 하루 3잔 이상 혹은 일주일에 7잔 이상 마셨을 경우를 과음으로 본다.
특히 여성의 알코올 섭취는 간에 남성보다 더 큰 부담을 안겨준다. 적은 양의 음주로도 만성 간 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경우 매일 40~80g(소주로 따지면 240~480ml)의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알코올성 간질환의 위험이 커진 반면 여성은 매일 20g만 마셔도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니 여성들의 음주가 보편화되면서 여성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최근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연구진이 1999년~2020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여 20년간 알코올로 인한 사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의 사망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18~2020년 3년 간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알코올로 인한 사망은 60만5000건 이상 확인됐으며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알코올 관련 문제로 사망할 확률이 여전히 3배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여성의 알코올 관련 사망률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갈수록 증가폭이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의 알코올 관련 사망은 매년 14.7%씩 증가해 남성들보다 높았다.
특기할 만한 것은 65세 이상 고령 여성들의 높은 사망률이다. 2012에서 2020년 사이 이 연령대 여성들의 알코올 관련 사망률은 매년 6.7%씩 늘어났다. 연구진은 고령 여성들이 젊은 여성들만큼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오랜 음주의 부정적 여파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술을 마시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은 여성들의 지위 향상,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여러 요인들의 영향으로 여성들의 싱글생활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젊은이들끼리 서로 어울리거나 데이트를 하게 되면 여기에 자연스럽게 술이 끼어드는 경우가 많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진 후에도 이런 음주행태와 습관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과음이 일생동안 지속되는 패턴으로 자리 잡는 경우도 적지 않고 건강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엄마들이 자녀 양육의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잔에 가득 와인을 채워 마시는 ‘와인 맘’ 컬처가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도 여성들의 음주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엄마들을 위한 와인 잔인 이른바 ‘마미 주스’ 글래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은 이런 컬처의 부수적 현상이다.
여성들의 음주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해결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선택에 따른 후과는 고스란히 개인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유익한 알코올이란 없다”는 의료전문가들의 조언을 모두가, 특히 여성들은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