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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밥값은 누가 내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19 11: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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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의 회사원 P씨는 매일 점심시간이면 사라진다. 동료들이 같이 점심을 먹자며 그를 찾아보면 어느새 나가고 없다. 그가 향하는 곳은 직장 근처의 한적한 공원. 그는 매일 혼자 공원 벤치에 앉아서 집에서 가져온 샌드위치를 먹는다. 자연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도 풀린다. 

하지만 그가 ‘나 홀로 점심’을 택한 건 그 때문이 아니다. 점심 값 부담 때문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식대에 세금, 팁을 합치면 보통 25달러, 아무리 싼 곳에 가도 20달러는 잡아야 한다. 동료들 서너 명이 함께 가서 먹으면 족히 80달러. 동료가 밥을 산다 해도 다음에는 자신이 갚아야 하니 밥값 부담의 고리에서 아예 벗어나기로 한 것이다. 

회사 동료나 친지들을 만나면 한인들 입에 붙은 말이 “언제 밥 한번 먹자”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봉급은 그대로인데 음식 값이 자꾸 올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인들이 우연히 모여 식사를 하고나면 밥값을 누가 낼지 서로 눈치를 보는 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인들 정서로는 상사나 선배 등 연장자가 대개 계산을 하지만 항상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뭔가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정리해주는 것이 에티켓 전문가들이다. 

미국사회에서도 식대를 누가 내느냐는 항상 이슈가 되어왔다. 친구들 여럿이 식사를 하러 갔을 때, 타 지역에서 온 고객과 식사했을 때, 데이트를 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누가 계산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정해진 에티켓을 따르면 돈을 내는 사람도, 대접을 받는 사람도 기분 좋게 식사자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첫째, 자주 어울리는 친구들과의 식사. “내가 한턱 쏠 테니 모이자”고 모임을 주최했거나 “오늘은 내가 ~”라며 계산을 자청한 사람이 없다면 더치페이가 에티켓이다. 각자 자기 몫의 식대를 내는 것이다. 모임이 정기적이라면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식대를 담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 생일축하 식사. 생일의 주인공이 “오늘 식사는 내가 ~” 라고 말하지 않은 한 주인공은 돈을 내지 않게 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축하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식사비용을 나눠 낸다. 

셋째, 퇴근 후 한잔. 여럿이 가서 안주 이것저것 시키고 같이 술을 마셨다면 모두가 같이 내는 것이 정답이다. 물론 ‘내가 사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는 경우는 예외. 한편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식사만 하고 일찍 자리를 뜰 경우, 자기 식대만 계산해도 에티켓에 어긋나지 않는다. 

넷째, 업무상의 만남들. 채용 인터뷰를 위해 만나는 식사자리에서는 인터뷰 담당자가 돈을 낸다. 인터뷰하러 온 사람은 식사비 부담 없이 자신을 최대한 잘 PR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고객과의 식사자리에서는 고객을 초대한 측이 식사비용을 책임진다. 하지만 고객이 먼저 만남을 청했고 식대를 내겠다고 하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다. 서로 돈을 내겠다고 싸우는 것 역시 예의는 아니다. 고객이 돈을 내겠다고 고집하면 그냥 감사하다고 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데이트 비용은 어떤가. 과거에는 항상 남자가 내는 게 에티켓이었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먼저 만나자고 한 사람이 돈을 내는 게 자연스럽다. 에티켓의 기본은 서로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모두가 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요즘 같이 물가 비쌀 때 한턱을 쏘면서도 품격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식당에 일찍 도착해 직원에게 미리 크레딧카드를 맡기고 계산을 부탁하는 것이다. 식사 후 (체면상) 서로 내겠다고 싸울 일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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