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받아온 처방조제약이 엉뚱한 약으로 둔갑하는 사고가 캘리포니아주에서 연간 500만건이나 발생하고 있다는 LA타임스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그것도 추정치일 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오류와 실수가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약국들이 이런 실수를 제약위원회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이를 예방할 법적 규제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 CVS, 월그린, 라잇에이드 등 사람들이 자주 찾는 대형 체인약국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에 공포를 더한다. 특히 여러 가지 처방약을 복용하는 노인들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의 종류를 보면 약 이름을 잘못 보고 다른 약을 넣는 경우, A고객의 약을 B고객에게 건네는 경우, 잘못된 복용법의 설명 등이다.
구체적으로 진통제 대신 고혈압 약을 건네받아 복용한 사람, 다른 고객에게 처방된 항우울제를 7개월 동안 리필까지 해서 먹은 경우, 주 2회 복용을 하루 두 번 먹으라고 해서 심한 부작용을 겪은 경우, 위식도 역류질환 약 대신 강력한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여 심각한 골밀도감소를 겪은 경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심지어 이런 실수 때문에 사망한 케이스도 적지 않은데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한해 최대 9,000명의 미국인이 투약과오로 숨지고 있다.
이같은 치명적 의료과실이 대형 약국 체인들의 이기적 경영으로 인한 약사들의 인력 부족, 과중한 업무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은 어처구니없다. 더구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업계의 로비에 막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일이다. 약국과 약사는 안전한 투약을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당장 시행해야한다. 그런 한편 소비자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주의하고 경계해야겠다. 의사에게 처방전 카피를 받아서 약을 픽업했을 때 대조해보는 것은 기본이고, 전에 먹던 약과 색깔이나 모양이 달라졌거나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해야한다. 또 약사의 실수로 잘못된 약을 받았거나 이를 복용한 경우 가주제약위원회(www.pharmacy.ca.gov)에 신고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