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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 양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8-04 14:07:07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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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수필가)

요즘 내가 외출 시마다 꼭 챙기는 것이 하나 있다. 핸드폰도 아니고 화장품도 아니라 양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름에 더워 죽겠는데 뭔 양말이냐 싶겠지만 발이 너무 시려서 그렇다. 양말이 없으면 바닥을 맨발로 밟기가 어렵다. 발 시림이 심한 날에는 양말을 신고 자기도 한다. 아이를 낳고 생긴 신체 변화 중 하나이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리라 믿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 발은 원상복구가 안되었다.

여름이니 양말 신고 샌들을 자주 신는데 예전 같았으면 이 무슨 근본 없는 패션이냐 하겠지만 요즘은 이게 유행이라 다행이다 싶다.

양말을 많이 신다 보니 자연스레 최근 양말을 많이 사들였다. 옷이나 가방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좋아하는 꽃무늬 양말도 사고 여름이니 시원한 소재의 양말도 사보았다. 포인트가 될만한 쨍한 컬러의 양말도 몇 켤레 샀다. 새로 산 양말들을 보고 있자니 부자가 된 것 같고 마음이 든든하다. 당분간 내 시린 발을 잘 부탁한다 양말들아! 

발이 시려 양말을 신고는 있지만 양말로 관리하지 못한 발톱이나 굳은살이 박인 뒤꿈치를 가릴 수도 있어 좋다. 처녀 때는 계절마다 예쁜 색깔로 발톱을 칠하고 각질 관리도 받으며 뾰족구두를 신고 다녔는데 지금은 애 키우느라 발관리는 커녕 하루 종일 세수 한번 못할 때도 많으니 웃프다.

유치원에서 막 돌아온 첫째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양말을 후딱 벗어던지고는 소파에 가 앉는다. 동그랗게 말린 양말이 내 앞에 떨어져 있다. 유치원에서 얼마나 재밌게 뛰어놀았는지 양말이 새카맣다. 작고 까만 양말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래 엄마는 너를 낳느라고 발 시림을 얻었지만 너는 발에 땀이 나도록 뛰놀고 집에 오니 양말이 거추장스럽구나.

사무실에 나갔다 돌아온 아빠도 양말을 휙 벗어던진다. 딸아이 버릇의 출처를 알겠다. 동그랗게 말린 양말을 주워 빨래통에 넣는다. 양말 한 짝 빨래통에 넣는 것이 뭐가 어렵다고 이걸 하나 제대로 못하나 싶다가도 그래 내가 대신 넣어 주는 것은 또 뭐가 그리 어렵겠냐 하고 생각을 고쳐본다. 잔소리는 삼키고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한 남편을 반갑게 맞아준다.

둘째의 작아진 양말들을 정리해 본다. 이 조그마한 양말들이 맞았었나 싶게 아이의 발은 쑥쑥 자랐다. 이제는 언니의 양말을 같이 신어도 될 만큼 컸다. 언젠가는 내 양말을 같이 신어도 될 만큼 발이 커지는 날이 오겠지.

아이들을 다 재우고 갓 건조기에 돌린 옷가지 한 바구니를 꺼내 왔다. 온 가족의 양말들이 뽀송뽀송한 얼굴을 하고 나를 본다. 너희 모두 오늘 우리 가족을 위해 열일하느라 수고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가족의 양말을 고이 접어 각자의 서랍장에 넣었다. 내일 하루도 내 시린 발을, 어린 두 딸의 작고 여린 발들을, 땀나게 일하는 남편의 발을 잘 부탁한다고 속삭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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