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소수계를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 이른바 ‘레거시’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로 명문 사립대들을 중심으로 부모나 친척이 그 대학 졸업자이거나 거액의 기부를 한 경우, 그 자녀 또는 가족에게 입학 혜택을 주는 이 관행이 대학 입시의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더욱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부터다.
대법원 판결 이후 어퍼머티브 액션보다는 오히려 레거시 제도가 가장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입시 혜택이라는 분석과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돼온 계층을 포함하는 다양성을 유지하려는, 즉 애당초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균형을 잡아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면, 레거시 정책은 그야말로 미국 역사에서 전통적인 기득권층인 백인 부유층이 그 혜택을 사실상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이비리그로 대표되는 명문대 입시에서 부유층 학생이 평범한 가정 출신보다 우대를 받는다는 점은 연구조사로도 나타나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팀의 추적 연구에 따르면 SAT 점수가 동일할 경우에도 경제력 상위 1% 가정의 입시생은 합격 가능성이 34% 높고, 초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는 상위 0.1% 가정 출신의 명문대 합격 가능성은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명문 사립대들은 동문 자녀의 합격 가능성이 일반 지원자에 비해 4배나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모두 레거시 제도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에 따라 대학 입시에서의 공정성과 기회 균등을 제대로 따지려면 레거시 제도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레거시 제도가 전면 폐지되면 이른바 명문 사립대 진학 기회가 좀더 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명문 리버럴 아츠 컬리지인 웨슬리안 대학이나 LA의 옥시덴탈 칼리지 등이 레거시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는 물론 캘리포니아에서도 레거시 입학 비율이 높은 스탠포드와 USC 등 주요 대학들에도 레거시 정책을 하루 빨리 포기하고 오로지 실력과 잠재력으로만 평가받는 입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