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집의 술 익거든 날 부르시소
君家酒熟必請吾(군가주숙필청오)
초당에 꽃 피어든 나도 자네 청(請)하옴세
草閣花開亦子呼(초각화개역자호)
술을 따르고 꽃구경하며 저사(底事)를 논( 論)하고
酌酒看花論底事(작주간화론저사)
백년덧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져 하노라
百年欲得沒憂虞(백년욕득몰우우)
- 청구영언(靑丘永言)에서 -
<潜谷/晦靜堂 김육>
칠언절구(七言絶句)인 이 시는 서정시(抒情詩)이며 성격은 전원한정가(田園閑情歌)이다.
제재(題材)는 '술'이며 주제(主題)는 '향촌생활의 아름다움과
정회(情懷)'이다.
"백년덧"의 '덧'은 '어느덧'의 '덧'
이니 '동안'의 뜻이다.
'술이 익으면 서로 나누어 먹고꽃이 피면 서로 꽃놀이를 즐기고자'라고 한 말은 세상의 부귀영화를 염두에 두지 말자는 속내도 비친 것 같다.
늙어서 새 벗을 얻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젊어서 사귄 좋은 벗을 끝까지 지키는 노력은 값진 인생길의 보람이 될 것이리라.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할 벗'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김육(金堉)(1580 ~1658)은 경기 가평 출생, 본관(本貫)은 청풍(淸風), 자(字)는 백후(伯厚), 시호(諡號)는 문정(文貞)이다.
절명시(絶命詩) '군신천재의'를 남긴 '김식'의 현손(玄孫)이다.
조선 선조 ~ 효종 때의 문신(文臣), 정치가, 유학자, 실학자, 철학자, 사상가, 작가이며 벼슬은 영의정(領議政)을 두 차례 지냈다.
효종 때 대동법(大同法)을 확대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추진하였으며 화폐보급에 힘썼다.
실학파(實學派)의 선구자(先驅者)로서 박학다식(博學多識)하여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 '송도지'(松都誌) 등 많은 저서가 있다.
- 종우 이한기 -
(미주한국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