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하얗게 눈 내리는 날 '월백, 설백 , 천지 백'
맑은 혼으로 꿈꾸며 살리
내 마음 하얗게 눈이 내리는 날
세상이 하얗게 그렇게
우리 모두 웃었으면 좋겠다
항상 맑은 물길을 고집하던 사람에게
내가 항상 그의 물길을 맑게 흐르게하고
시원한 바람 싣고 어디론가 길 떠나는
푸른 하늘 , 구름이고 싶다
지구 별이 불처럼 타는 날
꽁꽁 언 고드름 눈속에 주저 앉아
내 마음 빙하처럼 하얗게
눈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구 별이 불이 되어 타는데
들꽃들은 뜨겁다 말하지 않는다
하늘, 구름, 바람 소리
가끔 내리는 쏘낙비에 마음 마끼고
꽁꽁언 눈 쌓인 시베리아로
맑은 영혼 하나 보듬고
나는 눈길을 홀로 걷는다.
수없이 잘못한 나의 죄도
하얗게 그냥 눈속에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서성여 왔는가
하얗게 눈 내리는 날
나도 그냥 그렇게 하얀 눈 사람이 되고 싶다. ( 시, 박경자)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그의 젊은 날 수없이 방종한 삶을 살았다. 도박꾼, 술주정뱅이로 망가진 삶을 산 그는 어느 날 자살 충동에 시달려 그의 서재에서 권총을 감추기도 했었다. 그는 어느 눈이 내리는 날 밤 노예들이 사는 동네를 홀로 배회하다가 쓰러져 가는 농노의 초가 집에 밝은 불빛에서 흘러나온 함박 꽃 웃음 소리에 발을 멈춘다. 개나 짐승처럼 버려진 사람들이라 생각했던 그들의 삶속에 무엇이 저토록 행복한 웃음을 웃을 수 있는가? 그는 발길을 멈추고 그 농노들의 집앞에 한동안 머물러 서 있었다. 그 밤 톨스토이는 그의 가슴 내면을 두드리는 알 수 없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과연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 왔는가? 그의 영혼 깊숙이 죽어가는 나는 누구인가? 그의 깊은 깨달음 속에서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살아온 삶이 죄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밤 회심한 톨스토이는 전율과 알 수 없는 참 자유를 찾았고 그는 순간 알 수 없는 기쁨, 맑은 혼으로 다시 태어난다. 회심, 맑은 영혼으로 다시 태어 난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수많은 회심의 대작을 남기었다. 그는 러시아뿐 아니라, 온 인류의 심장을 흔드는 수많은 대작을 남기었고, 아직 열리지 않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온우주가 열리는 맑고 깨끗한 영혼을 흔들어 깨웠다.
사람은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 최초의 질문이자 마지막 탁월한 깨달음…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그는 그렇게 마지막 질문을 가슴에 안고 살다가 어느 눈내리는 겨울밤 삼등 열차에 몸을 싣고 시베리아로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의 회심의 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진 영혼의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지구 별이 불처럼 타오른다. 문명의 이기는 잘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얼마나 지구를 못살게 했는가… 대문호가 살다 간 러시아 땅에서 푸틴은 지구 별을 전쟁의 살상 무기로 삼고 수많은 생명을 죽이고 핵전쟁을 불사한다는 미친 짐승같은 행위를 일삼는다. 지구 별의 생명은 과연 얼마 남지 않았는가? 물질 만능주의의 현대 문명은 스스로 자신들의 죽음의 무덤을 파고 있었다. 기계가 사람으로 둔감한 세상, 전화기 속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미 길을 잃었다. 모르는 것이 없는 기계에 매달린 정신 잃은 사람들은 기계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기계에는 사랑이 없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달리고 또 달린다.
어느 날 한스승이 죽어가고 있었다. 제자는 스승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묻자
'' 울지 마라, 내가 너를 깨닫게 할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부터는 내가 맑은 강물이 되라./
다른 영혼이 곤히 잠들때,/ 네가 그를 지키는 등대가 되고,/ 그가 목마를 때 강물이 되어주고/
그가 답답하여 괴로워 할때 /네가 시원한 바람이 되어 주라.''( 옛 고서에 실린 어느 스승의 글 )
옛 글, 고전은 항상 오늘의 우리 눈을 밝게 트이게 한다.
눈꽃 노래 ( 이해인 )
산과 들에
밤새 흰눈이 쌓이고
내 마음엔
시를 닮은 생각들이 쌓이고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걸으니
세상 사람 모두가 흰옷 입은 눈사람
순간마다 마음이 순결해 지는 눈나리에선
미운 사람도없고
용서 못할 사람도 없네
햇빛에 녹아 사라질 때 때까지
너도 나도
그냥 웃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