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지난 주말, 필자가 진행하는 CNN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2024 대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중요한 이유를 밝혔다. 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와 우방국과 관계 회복을 견인했다고 평가하는 그의 골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 정권의 세대교체를 위해 재선 출마를 포기하고 다른 정치인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었다.
바이든은 외교정책에 국한된 얘기로 필자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극적인 변화에 직면한 상태”이고, “미국은 전 세계의 민주국가들을 하나로 결속시킬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자신이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본인이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 짓고 싶다고 말했다.
필자는 전에도 이 문제에 관해 바이든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가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 독재국가들의 심각한 도전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구촌의 미래는 민주국가들이 이 같은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갖고 있는 세계관의 핵심이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이든은 건강한 자아(ego)를 갖고 있고, 젊은 시절부터 대통령을 꿈꿨다. 그러나 공정하게 말해 그게 전부가 아니다. 국제질서의 미래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는 인식 또한 그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다.
국제문제 개입이라는 미국의 기본적 이슈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정파적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질서에 가해지는 위협은 가중된다. 미국은 하나의 강대국이 유럽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17년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올라섰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미국은 유라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 원칙을 유지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러시아의 유럽 침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크렘린의 침략행위에 더 이상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일단 여론조사 수치부터 살펴보자.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79%는 장기전이 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실지를 회복할 때까지 지원하길 원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공화당 유권자들의 49%는 러시아가 무력으로 차지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신속히 전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바라보는 양 진영의 시각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퓨 리서치 센터가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민주당계 유권자들은 76% 대 22%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나토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공화당측은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각각 49%로 동률을 이루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60%는 워싱턴이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미국의 미래를 위한 최선책”이라는 견해를 보였고, 39%만이 “나라밖의 문제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대신 국내 문제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의 견해는 정반대였다. 응답자의 71%가 국내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답했고, 국외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능동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은 29%에 그쳤다.
하지만 이건 확정된 이슈가 아니다. 아직도 공화당 내부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을 비롯한 상원 공화당의 일부 중진들은 미국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을 지지한다. 그러나 당내 정치풍향계 노릇을 하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의 삐딱한 태도에서 알 수 있듯 공화당 저변층은 고립주의 쪽으로 기울었다.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그의 아류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당에 강력한 입김을 행사하는 언론인 터커 칼슨에 이르기까지 보수주의자들은 워싱턴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과의 강력한 연대를 겨냥한 조롱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조시 할리 상원의원 (공화, 몬태나)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당내 인사들은 미국의 개입주의를 강력히 지지하지만, 유권자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의 막스 부트가 지적했듯,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은 반대하지만 중국과의 대립은 지지한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경제적 적대국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보수주의자들의 상당수가 개입주의 외교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이들은 관세를 매기고, 장벽을 세우며, 국내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국인 학생과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이방인 혐오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국방부의 예산을 증액하는데 집중한다. 이것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의 외교 독트린이었던 이른바 ‘철옹성 아메리카’ 정책의 반복이다.
아마도 공화당은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화당은 (펄 하버 이전까지)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을 반대했다. 종전 이후에도 많은 공화당의원들은 그들의 강력한 반공산주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나토와 미국의 국제문제 개입을 반대했다. (그러던 그들이 지금은 중국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당시 공화당 선두주자였던 로버트 A. 태프트 상원의원이 나토지지 의사를 밝힌다면 자신은 대선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태프트는 거절했고, 아이젠하워는 국제문제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1952년에 비해 국제사회가 직면한 리스크는 훨씬 높아졌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공화당의 방향을 잡아줄 아이젠하워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를 둘러보면 국제질서를 뒤흔들 최대 위협은 피비린내 나는 우크라이나의 전쟁터나 긴장감이 감도는 타이완 해협이 아닌 미국의 유세장에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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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