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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고독, ‘법정 전염병’ 수준의 질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20 14:32:57

뉴스칼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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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외롭고자 할 사람은 없겠으나 외로울 일이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 미국의 공공 보건을 관장하는 연방 보건당국(Office of the Surgeon General)이 지난 5월에 발표한 데 따르면 고독(loneliness)과 사회적 고립감(social isolation)은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는 것처럼 몸에 해롭다고 한다. 기대 수명으로 환산하면 15년 정도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2년 전 건강보험사인 시그나의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 미국인 6명중 한 명이 고독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팬데믹 초기여서 사람과의 만남이 제한되던 시기이긴 했으나 이 숫자면 우리가 평소 가까이 지내는 이들 중에 한 사람은 외롭다는 감정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막연한 추측과는 달리 65세이상 장노년 보다는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고독하다는 응답이 배 이상 많았다. 가족관계에서는 홀어머니나 홀아버지 가정, 경제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사회적 고립 호소 비율이 더 높았다.

소속감은 안전과 웰빙에 긴요한 요소로 꼽힌다. 진화적인 발전 단계를 보면 사람은 집단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그 구성원으로 머무는 것이 생존의 필수 요건이었다. 그 반대는 거의 죽음을 뜻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고독 탈출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되는 것은 고독이 직접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롭다는 감정은 스트레스처럼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바로 심장과 혈압 등 심혈관계와 간 등 인체의 다른 장기, 신진대사 장애 등으로 이어진다. 여러 만성질환과 비만,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고립이 주는 무기력함을 벗어나려다 보면 약물 중독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고독을 개인 문제로만 방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회적 고립은 일본에 주목할 만한 사례가 많고 이 분야의 연구도 많이 진척돼 있다.

일본어 히키코모리(hikikomori)는 해일을 말하는 쓰나미나,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이지메처럼 타 언어권에도 널리 알려진 단어다. 일본어 발음 그대로 영어로도 쓰인다.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는 일본의 심각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로, 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청소년과 청년층에 집중돼 있다. 이들은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고 외부와 담을 쌓은 채 방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주로 하는 일은 인터넷 서핑, 비디오 게임, TV 시청이나 독서 등이다.

이들이 의미있는 연결망 없이 주위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원인은 다양하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성향, 가족 관계, 사회 생활을 하며 겪었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사회 부적응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도 깊은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에는 전업주부의 역할이 끝난 중장년 여성들에게서도 히키코모리 현상이 발견돼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독은 특정 국가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처는 영국이 한 발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독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가 내각에 있다. 한국어 번역을 뭐라고 하면 좋을 지 모르겠으나 영국에는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이 있다. 실제 장관급은 아니고 이 직함 또한 언론에서 붙여준 것이긴 하나, 영국은 지난 2018년부터 고독 담당관을 정부에 두고 있다. 전담 위원회의 오랜 조사 활동 결과 고독이 영국사회의 심각한 병리 현상 중 하나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일본 또한 같은 성격의 부서가 중앙 정부에 있다.

고독은 더 이상 낭만의 이슈가 아니다.  미국의 공공 보건당국이 괜히 고독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사회적 고립은 10대 청소년에서 은퇴자에 이르기까지 이제 법정 전염병 수준에 이른 질환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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