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정(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마틴 루더 킹이 사랑을 전하고,
인권을 토하던 에벤에셀 교회 첨탑이 보이는 내 가게에서
때때로 내 물건을 훔친 자를 증오하고
그 자의 손목에 수갑이 감기도록 증언을 한다.
사랑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이 교회 문을 나서면
그리 깊지도 길지도 않은 내 사랑은
그들의 찬송가를 장송곡 삼아 쓰러진다.
오늘도 증오와 사랑의 시소 위에서 멀미를 한다.
어쩌겠는가
사랑은 성경 속에 갇혀 있고
증오는 내 가게 안에 넘치는 것을.
킹 목사의 칠 십 년 묵은 사랑은
그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멤피스의 블루스 처럼
느리고,
그의 후손들이 코카콜라 빈 캔에 채우는 증오는
랩처럼 빠른 것을.
'증오는 짊어지기에 너무 힘들어 사랑을 고수한다'는
킹 목사의 사랑에 동의하며,
여기 저기 흩어진 내 사랑 몇 개를 주섬 주섬 담아
손님 맞이 준비를 한다.
*시작 노트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주고객인 이유로 훔치고 신고하고 증언하고 . . .가 월례행사다.
고급손님 상대로 장사하는 친구 왈 "너는 물건을 도둑 맞지만 나는 자존감을 도둑 맞는다"고 한다.
완전한 사랑이 어렵듯이 그런 장사도 없을 것.
차라리 완전한 죽음을 기대하는 것이 위로가 된다.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