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정론을 펼치는 언론으로 미주 한인사회와 함께 해 온 한국일보 미주본사가 오늘로 창간 54주년을 맞았다. 한인 이민사회가 아직 여명의 시기였던 1969년 6월9일, LA에서 한인들을 위한 언로를 싹틔우며 출발한 미주 한국일보는 반세기를 훌쩍 넘어 지난 54년 간 늘 깨어있고, 늘 앞서가는 언론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왔다.
오늘 맞이하는 창간기념일은 올해가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 깊다. 1903년 1월13일 미국 상선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에 발을 내디딘 102명의 첫 한인 이민 선조들을 뿌리로 해서 120년의 세월 동안 미주 한인사회는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왔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낯선 땅 미국에서 질곡과 역경을 딛고 삶을 개척한 이후 한인사회는 미 전역 방방곡곡에서 디아스포라를 이루며 오늘의 한인 커뮤니티를 굳건히 만들어냈다.
120년 한인 이민사의 장구한 흐름 속에 해외 한인사회 최고의 정론지 미주 한국일보의 역사는 한인사회의 발전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해왔다. 미주 한국일보는 1969년 한인사회 최초의 종합일간지로 출범한 후 70~90년대 한인사회의 구심점이던 ‘버몬트 시대’를 시작으로, 1997~2016년까지 20여 년간 독자들과 함께 성장했던 ‘행콕팍 시대’를 거쳐 지금은 윌셔 한인타운 중심의 신사옥에서 새로운 장을 펼쳐나가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의 54년은 커뮤니티의 태동에서부터 역경과 고난의 과정을 거쳐 오늘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한인사회와 함께 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120년의 역사를 품은 미주 한인사회는 지금 4명의 한인 의원들이 연방의회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있고,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전국 주요 주들에서 주의원들과 막강한 LA 시의원까지 배출하는 등 괄목할 만한 정치력 신장을 이뤘다. 특히 아메리칸 드림 성취를 위한 한인 1세들의 피와 땀이 서린 노력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인 2세, 3세들이 주류사회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미국 사회에 기여하면서 모범적인 소수계 커뮤니티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모국의 경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K-컬처로 일컬어지는 문화적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미주 한인들의 자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의 이같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은 한인들 특유의 근면과 개척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가운데서 지난 54년 간 미주 한국일보의 구성원들은 한인사회의 발전과 한인들의 권익 신장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신문을 제작해왔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돌이켜보면 미주 한국일보는 한인사회에 신속한 뉴스와 정보 제공자로서는 물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커뮤니티의 가이드이자 나침반으로서 소임을 다해왔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언론으로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권익과 위상을 높이고 정치력 신장이 더욱 유의미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해온데 대해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이민사 120년의 이정표를 지나는 지금 미주 한인사회는 앞으로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이루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서서 미주 한국일보는 늘 깨어 있는 언론으로 지난 54년 간 한인사회의 발전과 성장을 이끌어온 긍지를 담아 한인사회가 나아갈 향후 100년의 도약의 비전을 세울 준비가 돼 있다. 제2의 창간을 선언하는 정신으로 늘 한인들의 동반자로서 한인사회의 구석구석을 불 밝히면서 한인사회와 함께 새로운 세기를 향해 더욱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이 혼탁할수록 언론의 정도를 지키며 올곧게 진실을 보도하는 자세, 공정한 시각으로 올바른 여론을 주도하고 역할을 다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원칙을 항상 잊지 않고 지킬 것이다. ‘불편부당(不偏不黨)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다시 한 번 깊이 가슴에 새기고자 한다. 한국일보 창립자 백상 장기영 선생은 “연필을 뾰족하게 날카롭게 깎아서 기사를 쓰자. 붓끝에서 신경이 약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춘추필법’의 정신은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의 언론 환경에서도 유효한, 결코 달라질 수 없는 언론이 지켜야 할 기본이자 최후의 보루다.
뜻깊은 54주년 창간기념일을 맞아 그동안 한인사회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올곧은 역할과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한결같은 애정과 성원을 보내준 미주 한국일보의 독자들과 광고주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미주 한국일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인사회에 버팀목이 되고 한인사회의 신뢰를 받는 신문, 명실상부한 한인사회의, 한인사회를 위한 언론이 될 것을 다시 한 번 굳게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