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법률 칼럼] '방탕한' 여자들 사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30 13:13:47

법률 칼럼, 손경락 변호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손경락(변호사)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9일 하루에만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각지에서 1만1,000여 명이나 되는 불법 이민자들이 텍사스와 애리조나주 등 미국의 남부 국경지대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COVID-19 방지책으로 불법 월경자들을 즉각 본국으로 추방하도록 발동한 행정명령(타이틀 42)이 5월11일부로 만료됨으로써 벌어진 진풍경이다.

‘타이틀 42’가 소멸되면 불법 이민자라 하더라도 정치적 망명 등을 신청할 경우 이민법원에 사건이 계류되는 동안 미국 체류가 가능해진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을 단속하기 위해 접경지역에 국경순찰대원 2만4,000여 명 외에 미군, 국토안보부 직원, 법원집행관 등 가용 인원을 총동원하여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런 연방 차원의 부산한 움직임과는 달리 국경을 접하고 있어 정작 이들이 넘어올 경우 각종 뒤치다꺼리에 시달려야하는 텍사스나 애리조나 같은 주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잠잠하기만 하다. 왜 그런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1876년 연방대법원의 ‘치룽 대 프리맨’(Chy Lung v. Freeman) 사건에 있다. 

19세기 중반에 미국은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에 이어 동서를 관통하는 대륙철도 건설 등으로 대량의 값싼 노동력이 필요해졌다. 남북전쟁으로 흑인 노예제마저 폐지되자 흑인 노예를 대체할 외국 인력이 절실했던 것인데 이때 중국 노동자들이 구원투수로 등장한다.

원래 미국과 중국은 1844년 ‘왕샤조약’, 1858년 ‘텐진조약’ 등으로 맺어진 불평등 관계였지만 거대한 중국 시장과 값싼 중국인 노동력이 필요했던 미국은 1868년 ‘벌링게임-시어드 조약’(Burlingame-Seward Treaty)을 통해 파격적으로 중국에 최혜국대우를 선사한다. 

이는 당시 최강대국인 영국, 러시아와 동등한 대우로 중국인의 자유로운 입출국과 미국에서의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해주었다. 이 덕분에 중국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들어왔다.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중국인들의 자세는 많은 유럽계 이민자나 미국인들에게 자칫하면 중국인들 때문에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지역 정치인들은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반 중국인 정서로 유권자를 선동, 자극했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점차 홀대를 당하게 된다. 아울러 이들 노동자 대부분이 남자들이다보니 중국인 커뮤니티에서는 성매매도 공공연히 이루어졌는데 이것도 문제가 되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중국인들의 매춘 문화를 퇴폐행위로 간주하고 ‘음탕하고 방탕한’(lewd and debauched) 여자들이 미국에 입국하려면 한 사람당 500달러(현재가치 1만2,700달러)의 보증금을 내야하는 법을 만들었다. ‘음탕하고 방탕한’ 여자는 매춘부를 가리키는 코드네임이었다.

1874년, 22명의 중국 여성들이 500여 명의 중국 남성들과 증기선 ‘JAPAN’호를 타고 홍콩을 출발, 30일의 항해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이민당국은 중국 여성들의 입국심사 답변이 성실하지 않다는 핑계로 그들에게 보증금 500달러를 내든가 아니면 홍콩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

‘치룽’을 비롯한 중국 여성들은 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 결국 구금되었고, 이들의 변호사 ‘리앤더 퀸트’(Leander Quint)는 여성들의 구금을 풀어달라며 ‘인신보호영장’(writ of habeas corpus)을 신청했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까지 갔으나 기각된 사건을 접수한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만장일치로 ‘음탕하고 방탕한’ 여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헌법에 의거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문제는 연방정부의 역할인데, 주정부가 섣불리 여기에 개입하다 보면 당사국과의 조약 위반 등으로 국제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이민정책이나 이에 따른 불법 월경문제 등까지 외교적 분쟁 소지가 있는 사안은 연방정부에 일임키로 함으로써 현재처럼 텍사스나 애리조나 주정부는 피해 당사자임에도 팔짱을 끼고 방관하게 된 것이다. 

사법부 우위 미국식 삼권분립의 행간을 읽을 수 있는 한 장면이다.

[법률 칼럼] '방탕한' 여자들 사건
손경락 변호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추억의 아름다운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수필〉우리에게 불행해질 권리는 없다
〈수필〉우리에게 불행해질 권리는 없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삶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암'이라는 날 선 선고를 받던 그날, 나는 텅 빈 머릿속을 떠다니던 죽음의 공포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65세 미만 장애로 메디케어에 들어간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65세 미만 장애로 메디케어에 들어간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들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는 보통 65세가 되면 가입하는 연방 건강보험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65세 미만이라도 장애(Disability) 판정을 받고 SSDI(Social

[허니웨이 건강 칼럼] 프로폴리스편 3회- “아이도 괜찮을까요?”
[허니웨이 건강 칼럼] 프로폴리스편 3회- “아이도 괜찮을까요?”

온 가족이 함께하는 프로폴리스 사용법 프로폴리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도 먹어도 되나요?”입니다.가족 모두가 건강을 챙기고 싶은 마음,그 마

[애틀랜타 칼럼] 건전한 불만은 세상을 이끄는 힘

이용희 목사 우리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 한 그 일에서 만족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일에 적응하고 자신의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만족이란 자신

[내 마음의 시] 영수는 눈먼 영희를
[내 마음의 시] 영수는 눈먼 영희를

월우 장붕익(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비밀 언덕으로어깨를 기대며서로 힘을 얻는다 버팀목으로묵묵히 견디어 낸다 대들보로세월의 무게에도휘어지지 않는다 뼈대있는 가문으로가족을 지킨다 앞

[빛의 가장자리] 얼음위의 고양이들

갑작스러운 한파로 얼어붙은 뒷마당에서 저자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그들의 고단한 삶을 지켜본다. 따뜻한 집 안에서 보호받는 반려견과 대비되는 들고양이들의 처지를 통해 생존의 엄숙함과 생명에 대한 연민을 전하며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담았다.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금 이민자 삶이 위기에 처한 그 어느 때보다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다.한겨울의 바람 부는 황량한 벌판에 망연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행복한 아침]  진위 여부, 거짓과 진실

김 정자(시인 수필가)   무슨 일이든 양쪽 말은 다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여부를 부풀려서 궁지로 몰아 넣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 저들의 전례 없는 말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금 이민자 삶이 위기에 처한 그 어느 때보다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다.한겨울의 바람 부는 황량한 벌판에 망연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