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올해는 한국과 미국이 수교한지 141년, 그리고 동맹관계를 수립한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두 나라는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어 공식적으로 외교관계가 수립되었으나 1905년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에 의한 한반도 침략을 용인해주면서 한미 관계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었다.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에 이어 8월8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즉 한미동맹이 체결되었다. 그 뒤로 한반도의 분단은 고착화돼갔으나 불완전하나마 작은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이후 한국이 산업화, 민주주의의 길로 진입할 수 있었다는 점과 200만이 넘는 재미한인이 미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속된 군사적 동맹은 미국에 대한 종속적 관계를 심화시켰으며 강대국의 국익만을 정당화하는 맹방시대로 변모해갔다. 지난달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은 12년만의 국빈 방문이니 의회에서 유창한 영어연설이니 하며, 들떠있었던 것에 비해 윤석열 대통령은 별다른 실익 없이 돌아가고 말았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강화 공약은 동맹관계나 미국의 동북아 정책상 예견되었던 결과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외교나 대화는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4강 외교에 파탄이 생긴 이유는 한미동맹을 신격화해놓고 거기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예수가 아니다. 예수가 아닐 뿐더러 기독교 가치관으로 나라를 다스리던 청교도 정신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한때는 미국이 천사의 얼굴로 비춰진 적도 있었다. 세계의 난민과 극빈자들을 찾아다니며 식량과 구호물품을 전하고 독재정권에 신음하는 백성들에게 인권과 자유를 선사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애로운 패권국가의 체면을 벗어버리고 강자의 탐욕만 보이고 있다. 국내 문제에서도 소수자, 이민자, 노숙자를 위한 정책을 뒷전에 돌리는 일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다르지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유럽 나토 동맹국들을 방패막이로 쓰더니 마침내는 동맹 한국에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라, 중국과는 반도체 등의 교역을 중단하라느니 하면서 속국 다루듯 하고 있다. 그렇게 된 미국보다 실은 자주권을 포기한 채 그 미국을 예수인양 신격화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
전시작전권 반환이나 도청사건 항의 등 미국에 할 말은 하는 호혜적 동맹으로 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위해 미국 포크송을 열창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던 그 시각,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불안에 떨고 있을 러시아와 중국내 동포들, 기업인들의 마음도 생각했어야했다.
한반도가 한 미 일과 북 중 러의 대결장이 되는 것은 최악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완충지대를 이루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우리 한민족에 주어진 역사적 소명이다. 그래서 한미동맹의 확장보다는 다자간 외교로 돌아가 우리 손으로 분단체제 극복에 결연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6.15 공동선언은 남북지도자가 나서서 이루어낸 결과물이지 미국에 사정하거나 중국의 허가를 얻어 결정한 것이 아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다시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보수진영의 인사들은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7.4 남북공동성명이 박정희 대통령의 작품이었던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