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이 마침내 시작됐다.
‘국빈 방문(State visit)’은 국가 정상을 초청하는 형식 가운데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추는 외교 행사로 두 주권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우호적인 양자주의의 가장 높은 단계의 표현이다.
미국은 외국 귀빈을 맞는 외교 행사를 ‘국빈방문’과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 ‘개인방문(private visit)’으로 구분한다.
2000년~2022년 사이 미국이 국빈방문 형식으로 외국 정상을 맞은 것은 모두 18차례다. 그러니까 1년에 한 번꼴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으로부터 최상의 예우와 대접을 받는 게 국빈 방문이다. 그러다 보니 성사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외교적 성과가 되기도 한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한국 대통령은 이승만,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7번째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그 자체로 국가적 중대사다. 그리고 특히 국빈방문 형식의 한미정상회담이 있은 후에는 한미관계에는 이정표적이랄까 하는 외교·안보 사안이 뒤따랐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1954년 7월에 이뤄졌다. 1953년 7월 27일 6·25 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하고 1년 뒤, 그러니까 휴전 1주년을 맞아 이루어진 것.
이 국빈방문을 통해 이승만 대통령이 당시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을 상대로 이끌어 낸 것은 한미군사동맹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존슨 미국 대통령 공식 초청으로 1965년 5월 미국을 방문했다. 방미의 결론은 한국의 베트남 참전과 한일국교 정상화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10월 미국을 방문했다. 그의 국빈 방문은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앞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그 결과는 소고기파동을 넘어 한미FTA 발효로 이어졌다.
그러면 12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국제정세가 엄중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푸틴의 핵 협박과 함께 대만해협의 파고는 높아만 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 어느 때보다 밀착된 상황에서 북한의 틈새 핵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정황에서 이루어진 게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다.
관련해 관심을 끈 것은 방미 전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과의 회견내용이다.
로이터통신의 기사제목은 ‘윤 대통령,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 가능성 문 열었다’이다. 기사 첫 줄은 ‘대통령이 처음으로, 무기지원에 반대해온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화급을 다투는 어젠다는 날로 수위가 높아가는 북한의 핵 도발상 확장억지 강화 안 마련이다. 그런데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이라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가장 듣기 원하는 메시지를 먼저 던진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모든 정상회담은 주고받기다. 큰 틀에서 받을 것과 내줄 것을 살펴보며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사전 작업이 필수다. 그 작업의 일환이 아닐까.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와 관련해 워싱턴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받아드린다. 동시에 한국형 핵 공유를 골자로 한 보다 확실한 북한 핵 도발확장억지 강화 안을 받아내면서 70년 역사의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대폭 업그레이드 시키는 식으로.
제2의 냉전돌입이란 전환기에 이루어진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어딘가 1965년의 상황과 흡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