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진(서울경제 논설위원)
미국 오픈AI사가 지난해 말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써본 각국의 대학생들은 크게 반색했다. 입력 창에 필요한 질문을 넣으니 몇 초 안에 사람이 작성한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돈된 문장으로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챗GPT의 놀라운 능력이 확인되자 서술형 시험문제는 물론 논문 작성까지 챗GPT에 맡기는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반면 대학들은 챗GPT 확산에 몹시 당황했다. 호주 시드니대는 ‘인공지능으로 산출한 내용은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윤리 규정을 정했고 미국 뉴욕시의 공립학교들은 챗GPT 접속을 완전히 차단했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미국 대학의 교수 6,000여 명은 챗GPT를 활용한 과제물을 걸러주는 애플리케이션 ‘GPT제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검열과 금지의 집단 히스테리”라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학비(연간 약 2억 원)로 유명한 스위스 사립학교 로젠베르크 연구소의 아니타 가데만 이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1980년대 수학 숙제를 할 때 계산기 쓴 학생을 적발하는 데 수백만 달러의 돈을 쏟아 붓는 것이 상상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국내도 ‘챗GPT 히스테리’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대학가에서는 챗GPT로 과제를 내고 ‘A+’ 학점을 받았다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각 대학 게시판에는 ‘챗GPT로 과제 대체 가능?’ ‘과제는 챗GPT한테 맡기면 된다’ 등의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챗GPT는 대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11일 독일 매체와의 대담에서 “챗GPT의 등장은 인터넷 발명만큼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챗GPT는 불과 두 달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확보했다. 틱톡이 1억 명을 모으는 데 2년가량 걸린 것에 비하면 경이로운 시간 단축이다. 전 세계는 ‘AI 챗봇 전쟁’에 돌입했다. MS와 구글의 정면충돌에 이어 중국 바이두는 3월 AI 챗봇을 출시해 검색 엔진과 통합할 예정이다. 한국은 출발이 늦었지만 네이버가 ‘서치GPT’를 곧 내놓을 계획이다. AI 챗봇 시대를 두려워하기보다 선도할 길을 찾는 게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