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유창 목사(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게으른 자가 맞이한 가을>은 어떤 계절인가? “메 호렙”이란 히브리어로 시작되는 <잠20:4>를 직역하면, 말 그대로, “가을에”란 뜻입니다.
이 가을이 되면, 가을을 노래한 기독교시인 김현승씨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Mother Tongue, 母國語)로/나를 채우소서/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나의 영혼이 굽이치는 바다와/백합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시인은 우리의 존재를 단독자(單獨者)를 의미하는 말로써 “홀로”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우리를 잠언말씀의 메신저인 <의로운 왕>과 시인 <김현승씨>가 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홀로 의연히 생각하는 존재> <홀로 의연히 하나님을 만나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이 <단독자 인생>을 측정하는 잣대를 “신조어”로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욜로>의 인생입니다. 욜로는“인생 한번 살자나. 인생 한번 뿐이야”라는 영어의 머릿글로 이루어진 신조어입니다. 이것은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라틴어, “카르페 디엠”이란 말과 비슷한 <인생측정 용어>입니다. 그 뜻이 “오늘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으라!”는 뜻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게으른 자>는 가을이 왔는데, 곧 겨울이 닥쳐올 텐데, <빈둥빈둥>거리며 시간을 <카르페 디엠>의 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자세도, <욜로>의 한 번 뿐인 인생에 대한 진지함도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찾아왔을 때 이웃집을 가가호호 애걸해보지만 얻은 것은 <순제로>입니다. 봄도, 여름도 다 지나갔고, 벌써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이 왔는가 했는데, 곧 겨울이 옵니다. 이 가을이 빨리 지나간다고 울어대는 하나님의 창조작품이 있습니다. 그것은 순수한국말로, <실솔(蟋蟀), 귀뚜라미>입니다.
여름의 전령사가 <매미>라면, 가을의 전령사는 <실솔, 귀뚜라미>입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욜로>, <카르페 디엠>, <잠언 20:4>은 실솔같이 인생의 겨울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경고의 전령사>와도 같습니다. <우리는 신중히 살아야 한다.> 사도 바울의 위대한 선포” “세월을 아끼라!”(엡5:16)는 메시지처럼 모든 날은 <기회>, 모든 시간은 <기회>, 모든 순간은 <소중한 선물>입니다. <가을>은 기회, <가을>은 순간, <가을>은 <소중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시인의 노래처럼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가을을 신중하게, 굳건하게 <의미있는 인생>을 위해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