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보석줍기]봉숭아 물들이던 시절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6-20 14:12:05

보석줍기,오윤숙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어린 시절 여름이면 우리 동네 집집마다 봉숭아꽃이 한창이다. 돌담 밑과 나무 울타리 밑에 옹기종기 빨갛게 피어나는 정겹고, 예쁘고, 아름다운 봉숭아꽃. 지금도 봉숭아꽃을 보면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탐스럽게 피어오른 빨간 꽃과 잎을 미안한 맘으로 따 절구에 백반과 숯가루를 넣어 쿵쿵 찐 후 뽕나무 잎에 꼭꼭 쌓아 놓는다. 저녁이 되어 흔들거리는 등잔불 아래서 저녁을 먹고는 엄마를 따라 동네 아주머니들과 수건 하나 들고 하루종일 흘린 땀을 씻으러 달빛에 길을 더듬어 강가로 향한다. 캄캄한 강가에서 텀벙거리며 달빛에 보일듯 말듯한 몸을 씻으며 수다를 떨다가도 혹 남자가 나타날까봐 귀를 기울인다. 그때는 세수비누도 없어서 물로만 씻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고무신이 물에 젖어 아즈작 아즈작하는 소리가 캄캄한 밤에 머리를 쭈빗하게 하기도 한다.  젖은 머리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가 툇마루에 모깃불 피워놓고 하루종일 땡볕에 익은 수박과 참외를 들고 나온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과일을 먹고 있노라면 내 마음은 언제 엄마가 뽕잎에 싸둔 봉숭아로 물을 들여 줄는지 마음이 바빠진다. 기다리다 못해 “엄마, 빨리 봉숭아 물!” 하면 그제서야 엄마는 미리 쪄 놓은 봉숭아를 등잔불 아래에서 손톱 위에 하나씩 하나씩 올려 뽕나무 잎으로 감싼 후 실로 칭칭 감아준다. 모기장으로 들어가 열 손가락 쫙 펴서 조심스레 배 위에 얹어놓고, 자다가 빠질까봐 몇 번을 깨어 만져보고 또 만져보고 하다가 깊이 잠들어버린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기 전에 손톱 먼저 만져보면 몇 개 안 남고 거의 빠져 버렸다. 놀래서 눈을 떠 보니 손톱 물은 희미하게 들었고 감싼 뽕잎들은 이부자리 여기저기를 빨갛게 물들여놨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미리 아양 떨며 잉잉거리면서 엄마한테 간다. 엄마는 “이그 조심해야지” 하지만 나는 속으로 “잠을 자는데 어떻게 조심해” 하며 대꾸한다.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세 번은 물을 들여야 예쁜 색깔이 나온다. 예쁘게 물든 손톱을 보고 또 보며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 그 모습이 그립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수필] 어둠이 빛에게 건네는 말
[수필] 어둠이 빛에게 건네는 말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하얀 도화지를 앞에 놓고 연필을 깎는다. 사각거리며 나무가 깎이고 검은 심이 뾰족하게 갈리고 나면 비로소 빈 도화지 위에 선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65세 전에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으면 메디케어는 언제 시작되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65세 전에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으면 메디케어는 언제 시작되나?

최선호 보험전문인   많은 분들이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62세부터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연금을 일찍 받기 시작하면 메디케어도 그때 함께 시작되는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의 시]  치마폭에

월우 장 붕 익(애틀랜타 문학회원) 괴테와 레오나르도가체육관에서 만났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카메라로 찍어서여인의 운동하는 모습을그리어 주었는데괴테는그림 그릴줄 모른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박영권의 CPA코너] 나의 소득은 세금 보고 대상인가?
[박영권의 CPA코너] 나의 소득은 세금 보고 대상인가?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많은 납세자들은 “세금을 낼 만큼 벌지 않았는데도 신고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자주 갖는다. IRS는 소득세 신고 여부를 결정할 때 소득 규모

[법률칼럼] 결혼 영주권,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케빈 김 법무사  결혼 영주권 심사가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만 하면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오갈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이민 경로로 인식되었지만, 이제 그 공식

[칼럼] "삭제 키 없는 기록, 한국일보의 윤전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칼럼] "삭제 키 없는 기록, 한국일보의 윤전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행복한 아침] 아직도 새해다

김 정자(시인 수필가)                                           새 달력으로 바뀐 지 딱 열흘째다. 달력에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 태엽처럼 감겨

[내 마음의 시] 감사 여정
[내 마음의 시] 감사 여정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12월 31일 한해가 가고 있는 순간 순간추억이 떠 오른다겁도 없이 퍼 마시고기고만장 고성방가노래하고 춤추며 개똥 철학 읊어 댄수 많은

[신앙칼럼] 알파와 오메가(The Alpha And The Omega, 요한계시록Revelation 22: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요한계시록 22:13).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에서

[한방 건강 칼럼] 말초신경병증의 한방치료
[한방 건강 칼럼] 말초신경병증의 한방치료

Q:  항암 치료 중입니다.  얼마전 부터 손가락의 심한 통증으로 일을 좀 많이 한 날에는 주먹을 쥘 수 없고 손가락들을 굽히는 것도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