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얼굴 서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4-08 08:10:35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시니어 아파트 작은 공간이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 거실을 카페 삼아 모임 장소로 제공돼 온 지 오래다. 방역 지침으로 방문객 제한이 시작되자 파트락 메뉴로 파빌리온이 있는 공원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듯 평온한 만남 조차도 시샘한 오미크론 역습으로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들어서고 스산한 겨울 추위가 물러갈 즈음에 긴 공백을 떠밀어 보내고 ‘우리 카페’ 식구들 모임이 기지개를 켜게 되었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난 카페 가족들이 따뜻한 문안을 나누느라 분주한 것 같았는데 문득 ‘어머 못 뵙던 동안 예뻐지셨어요’ 갑작스런 엉뚱한 칭찬을 듣게 되다니. 칭찬에 약한 주책머리 발동으로 얼른 차에 올라 거울을 본다. 여전히 수준 미달에 나이든 얼굴인데 갑자기 예뻐졌을 리가.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는 고수해 온 것 같은데 남은 날 동안 어떠한 표정을 담고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나이 들어버린 굳어진 얼굴이라 다듬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것인데 그저 그립고 미워할 수 없는 얼굴이고 싶다.

나이 탓인지 사람을 만나고 얼굴을 대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추 짐작이 간다. 살아온 내력이 표정에 나타나 있고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생각과 소양까지 읽어진다. 잘 생기고 덜 생긴 범주가 아닌 눈매나 말소리 격앙에 따라 살아온 잔재가 엿보인다. 뒷모습이나 앉고 서는 작은 동작 행동거지에서도 살아온 분위기가 드러나기도 한다. 

안정되고 편안해 보이는 분은 이기적으로 영악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심는 대로 거두는 신의를 중하게 여기며 살아왔을 것 같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낸 눈빛은 평온하고 안정돼 있기 마련이니까. 활기차고 밝은 얼굴은 건강까지 자신이 있어 보인다.

아침 저녁 무심코 거울보기를 하지만 갈수록 세월 나이테가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눈가 주름이 정겹게 보였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세월을 묵묵히 관조해온 주름이 생을 발효시키고 숙성시킨 흔적으로 지워지지 않는 깊은 골을 만들고 있다. 정직과 성실이 새겨져 있는가 하면 실망과 투정이 분화구 사구 마냥 새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인생살이가 기록된 살아있는 기록장이 따로 없다 싶다. 찰나의 삶이 꾸밈없이 기록되어 있으니까. 얼굴은 인격의 심상이며 신원을 보증하고 대외적 명분 표 간판으로 인생 패스포드에 버금간다.

얼굴 표정에서 진실됨과 거짓된 심리를 파악하게 되지만 환심을 사기 위해 표정을 조율하는 극기 기술을 가지고 순박한 척 표정을 구사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권력과 재물 맛에 길들여져 카멜레온처럼 변패되는 것 또한 보아온 터였으니까. 신실한 도덕성과 인간다운 양식을 지녔다면 부끄러움, 수치심이 얼굴에 아무런 구사없이 있는 그대로 떠올라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인생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 밖에 없지만 표정만은 진실되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할 터인데 세상은 갈수록 표정만으로 진실 여부를 가려내기가 오리 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속 사람이 지니고 있는 순수함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은 값지고 신실한 삶을 살아온 결과가 아닐까. 얼굴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담고 있기에 순간적으로 표정을 급조할 수 없음이요 아무리 분장 수준의 화장을 덧칠한다고 해서 표정을 조정할 수는 없는 것. 가식 없는 순수한 표정을 지니신 분들은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엇으로 살아왔을까. 평소 심도 있는 자아 다스림이 삶의 바탕이 되어지고, 사랑으로 주변을 섬기며, 겸손과 지혜로 신실하게 내면을 가꾸어 왔기에 바람직한 모습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은은하게 지혜로움이 새겨져 있는 순수한 표정들을 주변에서 자주 만나 지기를 소망해본다.

나이 들어갈수록 존경 받는 얼굴이 되지 못하고 쓸모 없는 낡은 얼굴임을 깨달아가는 일은 마음 아픈 일이다. ‘태어날 때 얼굴은 부모가 만들어 주었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의 얼굴은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표정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는 말이 얼굴 서시를 제대로 써가며 살았는지 짐짓 부끄러움을 일깨워준다. 링컨 대통령이 남기신 명언이 새삼스레 무겁게 다가온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요즈음 케이 팝과 한국의 민요인 아리랑 그리고 구곡간장을 녹이는 판소리를 배우고 싶어하는 10대 20대의 젊은 외국인들이 대단히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온

[법률칼럼] DACA, 2026년 현재와 미래… 드리머들의 선택은 무엇인가

케빈 김 법무사 2012년 시작된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는 미국에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입국한 서류미비 청년들에게 추방을

[행복한 아침]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들

김 정자(시인 수필가)   하루 일상의 시작은 식사준비에서 시작된다. 매일 설거지하고 치우고 닦기를 번복해도 그리 표시가 나지 않는데 며칠만 손을 놓으면 당장 뒤죽박죽에 난장판 일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초여름인 6월의 날씨는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싱그럽다.빗물 머금은 풋풋한 신록의 나무 잎새는 부드러운 바람결에 하늘거리고 있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대대적인 디지털 대전환 선언: 사회보장국(SSA)의 운영 혁신과 은퇴자 가이드종이 없는 모바일 SSN 도입, 24시간 디지털 서류 제출 등 대고객 서비스 개편 총정리 천경태 (금융

[신앙칼럼] 폭염의 향성: 솔라 피데(Tropism in the Sweltering Heat: Sola Fide, 마태복음Matthew 26:3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믿음의 향성(Tropism of Faith)프랑스 작가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는 자극에 끌려 미세하게 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나무들

조이스 킬머 나는 결코 볼 수 없으리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굶주린 입으로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잎새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한미우호협회(회장 박선근, 이사장 프랭크 브레이크)가 주최한 한국전 기념 및 헌화 행사가 지난 7월 24일 엄숙히 거행됐다.1992년부

[수필] 뒷짐 진 삶에게 던지는 질문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평소 같으면 골프를 치고 돌아와 가방만 슬쩍 던져놓고는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던 과묵한 남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현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클레임, 무조건 신청해야 하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클레임, 무조건 신청해야 하나

최선호 보험전문인 똑같은 물건을 남보다 비싸게 사면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든다. 더구나 옆집 사람과 완전히 같은 물건을 샀는데 나만 더 비싼 값을 냈다면 더욱 기분이 좋지 않다. 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