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74년 이민을 떠날 때 지인의 부탁을 받고 미국으로 입양을 가야하는 ‘양희’라는 3살짜리 어린애를 데리고 올 때 그동안 같이 살던 외할아버지를 붙들고 울고불고 하는 것을 억지로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데 어린 양희가 어찌나 슬피 울고 야단을 하는지 너무나 애처롭고 가엾어서 가슴이 아팠다. 비행기가 태평양 상공을 날을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김포 공항을 떠날 때 우리 삼남매와 아내와 나는 양희 때문에 친지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한 채 어떻게 출국 신고와 비행기를 탔는지 꿈만 같다. 태평양 상공을 거의 다 지난 후 양희도 지쳤는지 딸들의 손을 잡고 잠이 들었다. 비행기가 시애틀에 도착했을 때 양희는 체념을 했는지 우리를 의지하고 우리 아이들과 친해졌다.
입국수속을 마친 후 워싱턴 행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고 나니 어린 양희를 입양한 부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양희에게 미국인 부모를 따라가라고 하니까 싫다고 우리를 붙잡고 악을 쓰며 안 가겠다고 울부짖어 기가 막혔지만 우리는 그 아이에 대한 아무런 권리가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입양한 부모에게 데려다 주는 책임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입양부모에게 넘겨주고 울며 멀어져가는 그를 보면서 우리 가족은 말을 잃고 한동안 먹먹해졌다. 지인의 부탁으로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가 큰 상처를 받았다.
그 후 우리는 양희가 훌륭한 미국인이 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19년이 지난 오늘 홀트 아동복지회 주선으로 60명의 해외 입양아와 혼혈아들이 모국을 방문하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돼 양희를 생각하며 입양아들이 모국을 방문하고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6.25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혼혈아들이 한국인의 피가 섞였는데도 멸시와 천대를 받고 살다가 일부는 미국으로 입양돼 훌륭한 성인이 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입양아들에 대한 큰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휴전 후 수많은 혼혈아들을 미국인들이 입양을 해 훌륭하게 키웠는데 우리는 월남전 당시 태어난 한국, 베트남 혼혈아들이 2만명 가량 되는데 한국인 아버지들은 그들을 버리고 말았다. 그 후 그 아이들은 베트남에서 차별대우를 받으며 멸시를 당하고 있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그들을 돌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들 혼혈아들은 아무런 죄가 없고 전쟁에 의한 희생양일 뿐이다.
바라건데 이번 홀트 아동복지회 주선으로 문을 열게 된 해외 입양아 모국방문과 부모찾기 운동을 통해 우리의 피가 몸에 흐르고 있는 입양아와 혼혈아들의 대책과 혈육에 대한 천륜과 인간의 도의를 다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다민족, 다국적, 다문화 시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