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불어라 바람아·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팔레스타인 남서쪽에서 자라난 아비가일은 어려서부터 지혜롭고 총명하였다. 넓은 들판에서 양떼를 돌보다 때때로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왕비처럼 근사한 여인이 되고픈 꿈을 꾸기도 하고, 무엇보다 말을 타고 들녘을 달리는 것을 좋아했다. 저녁이면 작은 등잔불 아래 엎드려 책을 읽다가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많은 사람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에 다짐해 보기도 하는 소녀이다.
그러던 아비가일이 마온 지역의 갑부 나발과 혼인을 하게 되었다. 사랑 없이 부모가 정해준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된 아비가일은 남편 나발이 그 이름대로 어리석고 욕심 많은 부자일 뿐이었지만 그 곳에서도 모든 일꾼들과 그 가솔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푸는 여주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볶은 곡식이며 건 포도를 준비해 멀리서 양을 치는 목동들을 먹이고, 포도주를 만들고 무화과를 말려 풍성히 나누는 멋진 여주인이다.
그러던 중 나발의 양털 깎는 날 축제가 벌어졌다. 한동안 나발의 양 무리 옆에 거주하며 사나운 맹수와 악한 무리를 막아 지켜준 다윗이 보낸 부하에게 나발은 다윗과 그의 무리들이 누구냐고 호통치며 은혜를 수치로 갚는 사건이 발생한다. 격분한 다윗이 군사들을 이끌고 나발을 치러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비가일은 급하게 음식을 준비해 다윗에게 나아간다. 아비가일은 최고의 예우를 갖춰 다윗 앞에 나아가 지혜롭고 따스한 말로 의미 없는 피를 흘리지 말도록 다윗을 설득하며 위로한다. 아비가일로 인해 마음이 누그러진 다윗은 그 만남을 통해 아비가일을 마음에 새기며 돌아가고, 잔치 다음날 이 이야기를 들은 나발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며칠 후 죽는다.
이처럼 나발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다윗은 자기 대신 악인을 치신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는 한편, 지혜롭고 아름다운 아비가일에게 청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니 아비가일은 왕의 아내가 되어 소녀 시절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세상을 품는 멋진 여인으로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