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2009년 8월 5일에 첫 손주 사랑이가 이 땅에 왔다. 하늘에서 별을 따 온들 이보다 좋고 행복할 수 있을까 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 그 날이 바로 엊그저께 같다.
신생아 황달이 있었는데 날마다 안고 창가에서 햇빛을 쪼여주고 있노라면 새들이 “사랑아, 반가와!” 하는듯 지저귀고 나는 화답하듯 “우리 사랑이 예쁘지? 너희도 맘껏 우리 사랑이 축복해 주렴” 하며 중얼거린다.
사랑이를 재울 때는 업고서 쉬지 않고 동요나 찬송가를 불러 주었는데, 그 중 제일 많이 불러 준 노래가 ‘섬마을 아기’, ‘내게 강 같은 평화’ 그리고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이다. 옆에서 목청 좋은 할아버지가 화음까지 넣어 불러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말문이 빨리 트여 음매, 멍멍, 야옹 야옹하다가 돌도 되기 전에 어찌나 또박또박 말을 잘하는지 지금은 한글을 줄줄 읽고 쓰기도 곧잘 한다.
내 무릎에서 품고 키운 사랑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마음이 쓰라리고 걱정되어 밤새 업고 달래기도 했다. 사랑이에게 들인 정성은 내 자식들 키울 때와는 비교 할 수도 없다.
앉으나 서나 나의 전부가 된 사랑이가 10살이 넘어가니 자기 만의 세상이 생긴 건지 점점 할머니하고 거리를 둔다.
전에는 침대에 같이 누워 뒹굴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곤 했는데 이제는 내 침대 가까이에 오지도 않는다. 눈도 안 맞추고 쌀쌀맞게 대하면 나는 무척 서글프고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이제는 사랑이를 내려 놓으라는 남편의 말도 섭섭하고, 그래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된다.
사랑이가 3살부터 태권도를 다녔는데 이제 검은 띠를 두른 태권 소녀가 되었고,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12살이 된 요즘은 주일날 교회에 일찍 나가 어린 유아부 아이들을 돌보는 큰 언니로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얼마나 기특하고 자랑스러운지. 이번 겨울, 예쁜 색깔로 사랑이 모자와 조끼며 스웨터를 뜨개질 해서 변함없는 할머니의 사랑을 표현해본다. 그저 우리 사랑이가 건강하고 즐겁게 커가면 그것으로 행복하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