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애틀랜타 거주)
2019년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지난 3년간 전 세계 인류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 어떤 혹독한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지 역력히 보고 경험했다. 그럼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는 이 괴질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일까? 아무도 그 향방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겠으나,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동아시아의 선조들이 천문과 지리를 관측하고 깊은 예지와 통찰력을 통해서 5천년 전에 태호 복희씨께서 만든 주역(周易)이란 고전을 통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주역하면 흔히들 점치는 책 정도로 말하는데 그건 주역을 읽어보지 못한 문외한들이 하는 말이고 실은 주역은 전 세계의 어떤 철학서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심오한 우주와 인간의 원리를 담고 있으며 그 핵심은 “영혼은 우주적인 의식이다”라는 데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부연하면 우리나라의 태극기의 4괘 안에 그려진 빨강과 푸른색으로 조화된 물결무늬 모양의 동그라미는 모든 생명이 탄생하기 위한 음과 양의 원리를 함축하고 있는데 그 숨은 의미는, 이 세상 모든 만물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는 독립돼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 자체에 이미 변화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는 동양의 일원론적 사고를 말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양의 기독교적인 사고로는 이 세상 만물은 하나님이라는 창조주가 있고, 모든 만물은 하나님의 대리인이라고 하는 로고스(Logos, 절대이성)가 하나님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이원론적인 결론에 귀착하게 되는데 그건 동양의 일원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서양에서 동양의 주역을 최초로 이해하고 서양인들에게 소개한 사람은 미적분을 발명한 라치프니츠 인데 그는 음양의 두 획으로 이루어진 주역의 체계가 “과학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감탄했다. 또한 원자의 구조를 밝혀서 19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네델란드의 닐 보어는 노벨상을 받는 날 자신의 양복 깃에 태극 마크를 그려넣은 뱃지를 달고 갔으며 나의 모든 과학적인 발견은 주역 때문에 가능했다고 고백했다. 사실 지난 2천년간 인류역사는 일원론과 이원론의 대립의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역에 관해서 누구보다도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인물은 1983년 입적하신 대 선사였던 탄허스님이었다. 그는 지난 60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대형 사건들 그리고 세계사에 기록된 큰 변화를 거의 99% 예견했다. 6.25와 4.19 혁명과 5.16 군사 쿠테타,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를 예견했고, 베트남 전쟁에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굴복시키고 월남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견했으며 자신의 열반을 몆년 몆월 몆일까지 예견했었는데 정확히 그날 입적했다.
탄허스님은 동서양의 철학, 종교 역사 그리고 인류학, 고고학, 자연과학을 모두 통달하고 명상과 참선을 통해서 인간의 참 본성을 발견한 진정한 도인이었다.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인 위치가 동북에 위치한 간(艮)방으로 자연에 비유하면 산(山)이요, 성품으로는 고요함이고 인간적 유형으로는 소남(小男)으로 푸릇푸릇한 젊은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지구는 지난 2천년간 하축교역, 즉 물질을 더 많이 쌓고 축적하기만 했던 여름에서 21세기는 인류문명의 가을로 넘어 온 계절 즉 추수의 계절이 되었는데 그건 인간의 영성이 우주적인 의식과 만나야할 때 라는 말이다. 이는 곧 물질적 추수가 아닌 정신문명을 말한다. 이런 큰 변화를 주도할 주인공은 다름아닌 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기후변화로 인해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큰 괴질이 올 것이라고 예견 했다.
이젠 물질적 욕망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의 잃어버렸던 마음을 돌아보야 할 때라고 한다. 한국의 BTS가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한류문화가 전 세계인들의 정신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 세계사적인 변화의 물결을 우리 민족이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탄허스님은 지구는 종말이 오지 않는다면서 그 수명이 반 밖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야 하겠다. 생각이 끊어진 상태가 곧 천국이라고 말한 탄허 스님의 예지가 우리들에게 선명하게 다가오는 시점에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 신년에는 이 괴질이 마치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난 후 따스한 햇빛이 비추어 맑게 개인 봄날과 같은 희망찬 새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