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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짝짓기 시장’의 교란

미국뉴스 | 외부 칼럼 | 2021-11-11 08:24:18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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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 사이 미국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추세들 가운데 하나는 남녀 교육격차이다. 지난 2015년 미국의 4년제 대학에서 여학생 수가 남학생을 추월한 이후 여학생과 남학생 비율 간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

 

2020~21 학사연도의 경우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가운데 여학생의 비율은 59.5%, 남학생은 40.5%였다. 6대4의 비율로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긴데 이는 4년 전인 1970년의 남학생 비율 58.7%, 여학생 비율 41.3%와 비교할 때 완전히 역전된 수치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몇 년 후에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여성 수가 남성의 두 배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전인 2005년 남녀 대학생 비율이 역전됐으며 이런 추세는 전문직 시험에서 여성들이 강세를 보이는 ‘여풍’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의 ‘여고남저’ 현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남학생들의 학업능력이 여성들에게 뒤처지는 현상이 조기 교육시절부터 나타나면서 전반적으로 남학생들의 학업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교육학자들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남학생은 여학생과 비교할 때 유치원 시절부터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격차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더욱 벌어지고 여학생들에 뒤처지는 남학생들은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어가다 결국 대학에 돈과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유해영상들과 게임 그리고 약물 등에 더 많이 노출되는 남학생들 사이에 교육과 학문을 경멸하는 ‘반지성주의’ 경향이 강한 것도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남녀 교육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지고 있는 인종집단은 백인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대학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이미 특권을 누리는 백인들에게 더 많은 자원을 밀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 여론에 밀려 실질적 개선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는 단순한 교육차원의 문제를 넘어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교육격차에 따른 경제적 격차이다. 미국에서 대졸자들은 고졸 혹은 그 이하 학력자들에 비해 평균 56%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래서 뉴욕대학의 스캇 갤러웨이 교수는 남녀 간 교육격차를 아주 위험한 사회적 현상으로 본다. 그는 고학력 여성들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남성을 데이트 혹은 결혼의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면서 “이런 추세는 결국 짝짓기 시장의 교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갤러웨이 교수의 지적은 결혼시장의 ‘ABCD론’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은 결혼적령기의 남녀를 학력 등 조건에 따라 A.B.C.D.로 분류해 노처녀와 노총각의 증가를 설명하는 속설이다. 전통적 결혼관에 따라 A급 남성은 B급 여성, B급 남성은 C급 여성, C급 남성은 D급 여성과 맺어지기 때문에 결혼시장엔 A급 여성과 D급 남성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한 연구조사를 보면 남성은 학력이 낮을수록, 반대로 여성은 학력이 높을수록 미혼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갤러웨이 교수의 우려는 단순한 미혼 비율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짝짓기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저학력 남성들의 증가는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남성들의 증가를 의미한다며 이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코호트(cohort)의 양산”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장기적으로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 시스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이다. 국가와 대학들이 남녀 간 교육격차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고등교육을 포기하거나 기피하는 남학생들이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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