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LA에서 흑인 폭동이 일어 났고 5월 1일에는 애틀랜타에서도 흑인 폭동이 발생해 한인 상점들이 피해를 당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LA에서는 761개의 한인 상점들이 화를 당했는데 피해액이 1억5,000만불 이라고 했다. 사건의 발단과 원인은 흑인 ‘로드니킹’을 백인 경찰 3명이 폭행을 했는데 그들이 재판에서 무죄 석방되자 잠재돼있던 인종차별이란 응어리가 폭발한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것은 LA에서 장사를 하던 한인들 이였다. 그리고 각 도시 힌인상들이 대상이 되는 어이없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됐다. 원인 제공이나 가해자가 한국인이 아니고 한인상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왜 우리가 피해를 당하고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을 지상 최대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천국으로 생각한 것이 잘못인지 아니면 천국이란 그만한 댓가와 시련과 고통을 감수 해야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으나 흑백간의 갈등의 골이 높고 깊은 것 만은 틀림없다. 과거 백인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크고 풀 길 없는 매듭인지 알 길이 없으나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 발생하게 된 참상이 통제불능일 때는 크나큰 재앙이 된다. 여하튼 무력과 파괴는 정당화 될 수 없고 목적이 폭력과 무력으로 성취되면 또다시 똑같은 화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용서하고 화해를 해야지 감정적으로 화를 풀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찌 됐든 왜 무엇 때문에 코리언 아메리칸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해야 한단 말인가? 미국을 선택해 잘 살아 보겠다고 피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한 것이 죄란 말인가? 왜 흑인들은 자기네가 당한 피해와 전혀 무관한 한인들에게 보복을 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대책을 강구할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고 반성할 것이 있을 것이다. 흑인들이 피눈물나게 인종 차별을 반대하면서 되찾은 귀중한 인권을 무임승차한 한인들이 백인인양 우쭐되며 고급차를 타고 백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분통이 터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한국인들의 인간 차별도 큰 문제다. 한때 한국에서는 혼혈아들이 왕따를 당해 학교도 못가고 미주 한인들 중에도 흑인을 멸시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다. 흑인들이 무슨 죄가 있나? 피부가 검은 것이 죄라면 노란둥이 우리도 죄인들이다. 세계는 다국적, 다국민 시대로 변하고 있다. 서로 우의를 돈독히 해야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고 화를 피할 수가 있다. 인종 문제는 풀어야만 될 가장 큰 숙제다. 대책의 시급함 때문에 이승남 한인회 부회장과 박남규 식품협회 회장이 전화를 해 대책을 세우자고 해 각 단체장들과 함께 긴급 의논을 한 결과 한인 안전대책 위원회를 창립하게 됐다. 초대 위원장으로 이승남 한인회 부회장이 선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