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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시몬 바일스의 미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8-12 08:08:08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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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된 후 무관중으로 치러져 “비현실적이고 가장 이상했던 대회”라 불렸던 2020 도쿄올림픽이 17일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8일 폐막됐다. 세계인들의 우려 속에 치러진 올림픽은 일단 큰 불상사 없이 끝났고 그런 가운데서도 많은 특별한 순간들이 있었다.

 

올림픽은 거창하게 인류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내셔널리즘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올림픽을 활용하려는 국가들은 대치 유치 경쟁에서부터 올림픽 승부에 이르기까지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그래서 올림픽 성적과 순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올림픽에서는 공식적으로 메달 집계와 순위 산정을 하지 않는다. 거의 흔적만 남은 올림픽 정신이나마 지키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비공식적인 올림픽조직위의 메달과 순위 집계방식은 ‘메달 합계 방식’이다. 금메달과 은메달 그리고 동메달에 차이를 두지 않고 전체 메달을 합해 순위를 매긴다. 반면 한국 등 일부 나라들은 금메달을 우선시하는 ‘메달 가치 방식’으로 순위를 따진다.

 

그런데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올림픽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예전 올림픽을 볼 때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체 메달집계와 순위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국선수들의 성적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의연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줬다. 경기에 패하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뜨거운 격려를 보냈다.

 

선수들 역시 올림픽 자체를 즐기려는 모습들이 확연했다, 특히 젊은 세대 선수들은 메달을 따지 못했음에도 향상된 기록 자체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스스로를 칭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올림픽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 같은 동북아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은 여전히 올림픽 내셔널리즘에 깊이 빠져 있었다.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에 머문 일본 선수들은 경기 후 눈물을 흘리면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두 번째 베스트임에도 여전히 죄송하다고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 선수들의 이런 모습을 보도했다.

 

중국의 올림픽 내셔널리즘은 한층 더 극성이다. 일본에 패해 은메달에 머문 선수에게 많은 중국인들은 “배신자”라고 비난을 퍼붓는 등 비방과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믿음에 빠져있는 과잉 민족주의자들에게 올림픽 메달 수와 색깔은 국가의 자존심인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위원회가 메달 색을 구분하지 않는 방식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해 보인다. 여러 심리 연구들을 통해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느끼는 통상적인 행복감은 금메달에는 약간 못 미쳐도 은메달리스트보다는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상대에 선 선수들의 표정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 행복론’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해준 선수는 미국의 체조전설 시몬 바일스였다. 리우 대회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을 목에 걸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6개를 싹쓸이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일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로 거의 모든 종목을 기권해야 했다. 용기를 내 마지막 경기인 평균대에 출전한 바일스는 경기를 훌륭히 마치고 3위를 차지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환한 미소로 “날 위해 했다. 그저 경기를 치를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꼭 누구를 꺾거나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극복해내면서 성장하는 것 또한 위대한 성취라는 것을 동메달을 목에 건 바일스의 밝고 행복한 표정은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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