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북한을 떠날 준비를 끝내고 그동안 방 청소를 해주고 정성스럽게 내의와 양말, 와이셔츠 등을 깨끗이 빨아 정리해주었던 분들께 감사의 선물로 가지고 있던 약품과 필수품을 호텔에 남겨놓고 복도 카운터 앞에서 공항으로 갈 차를 기다리다 안내원과 출발할 때 이층 스탠드바에서 일하던 북한 여종업원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송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자주 만나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정이 들게 된 우리와 헤어지게 된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호텔 스탠드바는 오후에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일찍 출근할 이유도 없는데 일부러 나와서 멀리서나마 마지막 작별을 해주었다. 그 따듯하고 순수한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말 못할 동족의 아픔과 시련이 모두 다 분단이 원인이다. 공항으로 달리는 차창밖 평양시를 바라보며 나는 “잘있거라 평양아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오게 될지 알 길이 없구나. 북한 형제들아, 친구들아 행복하여라” 라고 기원하는데 8박9일 동안 우리를 안내하면서 동고동락을 했던 이종호씨도 이별이 슬프고 아픈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우리는 정이 많이 들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열심히 다 도와주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 “동무래 우리때문에 자본주의 물이 많이 들었으니까 우리와 함께 미국으로 가자” 고 농을 해도 편하게 웃을 정도로 친해졌다. 공항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끝낸 다음 떠날 때 안내원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멀리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분단의 비극이 언제 끝날 지 알 길 없는 현실이 참으로 저주스럽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데 비행기를 타고 북경으로 가 다시 홍콩으로 가 KAL을 갈아타고 서울로 가는 고난의 긴 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 분단의 고통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남북한 정부와 국민이 변하지 않는한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백성들을 억지 소경으로 만들지 말고 자유롭게 기량을 펼치고 행복하게 살 수있는 개방정책을 적극 펼쳐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북한이 잘 살수 있고 언젠가 남북한이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영광의 길이 될 것이다.
남침 야욕과 무력 통일정책을 고수하고 세습 독재정치를 추구하는한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남한에서 돕고 문을 두드리고 지원을 해도 소용이 없고 저들에게 이용만 당하기 때문에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대화를 구걸하는 것은 함께 몰락하는 자살행위가 되고 말 것이다.
비행기는 나의 아픈 심정을 아랑곳 하지않고 북경에 도착했다. 미국과 국교가 정상화된 중국에 도착하니 자유의 몸이 된 것 같아 우리 일행은 신나게 북한 여행담을 떠들어대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남북 평화와 통일과 번영을 위한 기도를하고 홍콩행 비행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