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콜롬비아 학원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뉴스칼럼] ‘재산비례 벌금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7-01 10:10:07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최근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던 한국의 재벌그룹 부회장이 검찰에 의해 벌금 5,000만원으로 약식 기소되자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부자인 피고인에게 5,000만원이라는 벌금이 과연 징벌효과를 가질 수 있겠는가라는 지적이었다. 벌금 액수가 사실상 형사처벌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5,000만원이라는 돈이 일반 서민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그래서 처벌의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액수가 될지 몰라도 수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부자에게는 서민들의 수천 원에 해당 되는 정도의 돈에 불과하다. 하루하루 벌어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런 벌금은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큰 부담이지만 자산가에게는 속된 말로 ‘껌값’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봐주기 기소’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수년 전 핀란드의 판리틸라 그룹 야리바르 회장은 운전 중 규정 속도를 1Km 초과했다가 적발돼 11만2,000유로의 벌금을 냈다, 경미한 교통위반에 그가 이처럼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 이유는 핀란드가 채택하고 있는 ‘일수벌금제’ 때문이었다.

 

‘일수벌금제’란 위반의 경중에 따라 일수를 정한 뒤 소득에 따라 하루 벌금을 정해 곱하는 방식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똑같은 위반을 해도 수입 정도에 따라 벌금액이 하늘과 땅처럼 큰 차이가 난다.

 

이와 달리 소득과는 관계없이 동일 범죄 혹은 동일 위반에 같은 액수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총량벌금제’라고 한다. 한국과 미국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가령 과속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경제적 수준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수백 달러의 벌금이 날아온다.

 

‘일수벌금제’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핀란드는 100년 전인 1921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현재는 스웨덴과 독일, 덴마크, 프랑스, 스위스 등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수벌금제’가 정착되고 제대로 시행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소득수준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일수벌금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의 투명성과 신뢰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재산과 소득의 정확한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일수벌금제’ 시행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또 “동일한 범죄 행위에 서로 다른 형벌을 내리는 자체가 차별”이라거나 “범죄가 아닌 자신의 노력을 통해 축적한 부에 대한 희생적 평등을 요구하는 자체가 헌법의 평등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완전 ‘일수벌금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재산상태에 따라 벌금 액수를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여권의 유력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재산에 비례해 벌금 액수를 차등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띄우며 벌금형 이슈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한국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에 오래 멍들어왔다. 어떤 형태로든 벌금이 공평한 징벌효과를 갖는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공정성을 둘러싼 국민들의 피해의식을 줄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60%가 ‘재산비례 벌금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쪼록 벌금제를 둘러싼 토론과 논쟁이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정책과 제도로 현실화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사회가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징표가 될 것이다. 한편 재벌 부회장은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된 후 프로포폴 투약 혐의가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지난 28일 결국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당연한 수순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수필] 상처가 만나 결을 이루면
[수필] 상처가 만나 결을 이루면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뒷마당 잡목들을 정리하다가 유난히 둥치 굵은 나무를 발견했다. 소나무와 도토리나무의 연리지였다. 신기했다. 연리작용은 보통 같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실수하기 쉬운 메디케어 가입 실수 5가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실수하기 쉬운 메디케어 가입 실수 5가지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는 은퇴자에게 매우 중요한 보험 제도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가입 시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실수는 단순히 행정적인 착오를 넘

[내 마음의 시] 햄버거와 핫도그
[내 마음의 시] 햄버거와 핫도그

이미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독립기념일이라고 아들 둘이서 분주하다핫도그 햄버거 패디 굽고 온갖 야채 겹겹이 쌓아 접시에 담는다  옆에 감자칩과 피클도 살포시 놓았다 이런 날 축하

[애틀랜타 칼럼]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한다

이용희목사 만일 당신이 부지런 하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게으른 면이 있는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게으르다고 생각되면 그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법률칼럼] 3D 업종 불체자 워크퍼밋,대통령의 이중 메시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미국의 이민 정책은 다시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연설에서 언급

[행복한 아침] 세월 속의 아버지

김 정자(시인 수필가)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 들어서면 아버지 생신을 맞게 된다. 아버지와 영원한 이별을 나눈 지 어언 예순 두 해를 넘겨오면서 해 마다 이방에서 홀로 아

[내 마음의 시] 내 심장의 고동소리!
[내 마음의 시] 내 심장의 고동소리!

효천 윤정오(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바람 가르는 KTX 차창 밖풍요를 알리는 황금 물결 곱게 물들어가는 산야 나란히 가는 경부 고속도로조용히, 서서히심장의 고동소리 들려온다.부강한

[신앙칼럼] 찢겨진 하늘, 하나님의 거룩한 모략(The Torn Heaven, God’s Holy Plan, 막Mk. 1:1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신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의 공생애의 시작은 저자 마가에 의하면 <찢겨진 하늘, 하나님의 거룩한 모략>으로

[시와 수필] ''홈 하스 피스 '' 란 무엇인가(MEDICARE HOSPICE BENEFIT)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울때가

[수필]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
[수필]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사건의 발단은 주차였다. 매주 화요일 아침 모임이 있는 장소에 도착해보니 파킹장이 텅 비어 있었다. 몇 주 전에 다친 무릎의 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