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스포츠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풋볼과 농구 같은 종목은 프로스포츠를 능가하는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스포츠는 선수들의 열정적인 플레이, 그리고 대학과 팬들 사이의 끈끈한 연고가 어우러져 엄청난 산업으로 커져왔다.
TV 방송사들은 거액을 들여 대학스포츠 중계권을 사들이고 있으며 대학들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대학스포츠를 주관하는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는 지난 2016년 TV 방송사들과 대학농구 토너먼트인 ‘3월의 광란’(March Madness) 중계권을 8년 연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른 연간 중계료는 무려 11억 달러에 달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이다.
NCAA와 대학들은 이처럼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그라운드와 코트에서 땀을 흘리며 뛰는 선수들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NCAA 규정에 따르면 학생 선수들은 급여를 받을 수 없고 장학금도 학비 수준에서만 받을 수 있다.
대학스포츠 선수들로서는 ‘착취’라는 불만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정 때문에 최고의 재능을 지녔지만 정작 금전적인 보상은 전혀 받지 못하는 일부 스타급 선수들이 프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접근한 에이전트의 유혹에 빠져 돈을 받았다가 선수생활을 접는 불미스러운 일도 종종 발생해왔다.
NCAA는 대학 선수 보상과 관련한 정책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자 지난 2019년 운동선수들이 자신들의 이름이나 이미지, 초상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대학 차원의 구체적인 방침 마련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이다.
그런 가운데 21일 대학 스포츠 선수들이 교육과 관련해 보상을 더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연방대법원의 만장일치 판결이 나왔다. 연방대법 9명 판사들은 “교육과 무관한 보상에는 제한을 두면서도 교육관련 보상에 상한을 두는 것은 반독점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한 하급법원의 판단을 확인해 주었다. 보충의견을 낸 브렛 캐버노 판사는 “미국에서 기업이 직원에게 시장의 공정한 가격(fair market rate)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은 없다”며 NCAA는 초법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NCAA는 대학 스포츠 선수 보상관련 규정이 무너질 경우 아마추어리즘과 프로의 경계 또한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아마추어리즘과 프로의 경계가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다.
아마추어리즘의 상징처럼 돼 있는 올림픽의 경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사실상 프로선수 참가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다. 프로선수들의 참가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의 상금과 광고료 등도 인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판결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대학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관련 보상 확대만 규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판결로 학생들에 대한 보다 많은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유사 소송들이 잇달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대법원 판결이 대학스포츠 선수들의 보상을 확대하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대학스포츠 선수들은 아직 학생들인 만큼 프로 선수들처럼 보상을 해줄 수는 없겠지만 NCAA와 대학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현실은 결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아마추어리즘을 앞세우면서도 돈을 버는 데는 어느 프로스포츠보다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NCAA와 대학들은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을 운운할 자격이 별로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