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파트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굿모닝’ 하며 타려니까 먼저 타고 있던 백인 남성이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자기는 나와 함께 타고 가는 것이 싫다면서 불쑥 내려 버린다. 갑작스레 당황한 나는 내가 내릴 테니 네가 타고 가라며 서둘러 내렸다.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 어리벙벙해진 나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 보았다. 왜 일까? 얼마 전 백인 청년이 무작정 아시안 여성들에게 총을 쏘아대어 죽게 한 사건이 생각 났다. 갑자기 화가 났다. 다음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니, 그 사람이 로비에 있는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경비가 그 백인이 6층에 사는 주민이라고 알려 준다. 살짝 힘주어 밀면 금방 쓰러질 듯한 볼품없고 허리가 구부정한 그 사람은 백인이라는 우월감과 편견에 갇혀 기세만 살아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불쌍히 여기니 맘이 좀 편해졌다. 좀전에 가진 불쾌한 감정이 더 지속되었더라면 저런 노인네 몇 명은 넘어지게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어제는 수요 저녁예배를 드린 후, 한국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늦게 아파트에 도착했다. 지나가던 어느 백인 주민이 차로 가까이 오더니 도와준다며 무거운 장바구니를 받아준다.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짐을 넣어주는 그 주민에게 고마워 두 손을 모아 거듭 ‘땡큐 소 마치”하였다. 로비에 앉아 있던 다른 이들도 그 주민에게 잘했다며 칭찬을 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하였다. 이런 작은 배려가 마음에 평안과 기쁨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릇된 편견과 오만으로 채워진 인생의 단면과, 친절과 배려가 늘 생활이 되어있는 두 모습을 경험하면서 나도 이런 친절을 베푸는 ‘한 사람’이 되어 온유와 겸손으로 진실되게 살겠다고 새롭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