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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팬데믹도 못 막는 ‘의료관광’ 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3-18 10:10:44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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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와 보험시스템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액수의 의료비 청구를 견디지 못한 환자들이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의료보험이 없는 경우는 물론이고 보험이 있는데도 상상을 뛰어 넘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미국인들이 많다.

 

얼마 전 LA타임스가 보도한 한 코로나19 여성 환자의 사연은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남편이 든 직장 의료보험에 들어있던 이 환자에게 날아든 총 의료비 청구액은 133만 달러. 아무리 보험환자라 해도 액수가 너무 비상식적이다.

 

어쨌든 보험이 있어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던 환자에게 컬렉션 에이전시로부터 본인 부담금 4만2,184달러를 내라는 추심 편지가 날아들었다. 남편의 직장보험이 본인 부담금 전액 면제가 아닌데다 워낙 거액의 의료비가 청구되다 보니 부담금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게 된 것이다.

 

한 비영리 기관 추산에 따르면 미국인의 61%는 코로나19 치료비에 전액 면제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직장 보험에 가입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의료 현실은 국민의료 보험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의료 수가도 비교적 저렴한 한국 같은 나라와 크게 비교가 된다.

 

무보험자 비율이 높은 것과 함께 미국 의료시스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의료비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좀 더 저렴한 가격의 치료를 찾아 외국으로 가는, 이른바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을 떠나는 미국인들이 급속히 증가해 왔다.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같은 중남미 국가들로 가서 치료를 받기도 하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로 날아가기도 한다. 중남미 국가들은 주로 치과 치료와 성형 그리고 처방약 구입 등을 위한 목적의 여행이 많으며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이보다 더 고차원의 의술이 요구되는 암과 심장병 등 질환 치료를 위해 간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의료관광’ 길 또한 사실상 막혀 버린 상태이다. 여행제한과 자가 격리조치에 따른 결과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접근이 가능한 나라로 의료목적의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mexico medical tourism’이라는 단어의 검색은 무려 62%나 늘어났다.

 

멕시코는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입국 규정이 가장 느슨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멕시코 의료관광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비용이다. 멕시코에서 자궁절제 수술을 받을 경우 총 비용은 4,000달러 정도로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미국에서 2만5,000달러 정도 들여야 하는 치과치료의 경우에도 7,000달러면 해결이 된다. 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의료기관들의 수준은 미국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 국경을 개방하고 있는 터키는 저렴한 비용에 모발 이식을 하려는 유럽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육로 의료관광이 늘어나고 있는 데는 단지 비용만이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으로 의료기관들과 의료진의 업무 하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긴급하지 않은 수술이나 시술은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정이 잡혀 있다가 미뤄진 수술만 해도 지난해 수십만 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미국 내 사정으로 멕시코로 의료관광을 떠나는 발길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는 한 의료비를 감당하기 힘든 처지의 미국인들이 ‘합리적 비용’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른 나라로 떠나는 ‘의료관광’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팬데믹이 종식된 이후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것이 미국 의료현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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